40대 오너가 전면 내세운 GS, 변화보다 안정 택한 LG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퇴진 정국으로 주요 대기업 연말 정기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범LG가’로 불리는 GS그룹과 LG그룹이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GS그룹이 위기돌파를 위해 오너일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LG그룹은 오너 일가의 위치엔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을 택했다.

GS그룹은 최근 성과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단행한 인사에서 오너일가 경영자를 전진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9일 GS그룹이 발표한 정기인사 명단에서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63)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허용수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48)과 허세홍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 부사장(47)이 각각 GS EPS 대표이사와 GS글로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GS, 오너가 경영 전면배치로 위기돌파

허창수 GS그룹의 친동생이기도 한 허진수 회장은 사촌형인 허동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3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3년만에 부회장 딱지를 떼고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그룹은 허진수 회장은 1986년 호남정유에 입사한 이후 한 우물만 파온 정유·석유화학 전문가로 평가하며 전문성과 오너일과의 책임경영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와 함께 40대 젊음 오너일가의 대표이사 탄생도 눈길을 끈다. 이번에 새롭게 계열사 대표이사로 합류하게 된 허용수 부사장은 허완구 (주)승산 회장의 아들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 부사장 또한 허동수 전 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은 이들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40대의 차세대 경영자를 발탁한 것”이라며 “앞으로 GS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더 큰 역할을 맡기기 위해 경영일선에 전진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졸신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파격적인 승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LG그룹도 올해 임원인사에서 과감한 젊은 경영진 발탁과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연소 신규 임원인 LG전자 조영삼 상무(77년생)를 비롯해 만 43세 미만의 상무 5명, 50세 미만 전무 5명 등 젊은 경영진을 과감하게 발탁 승진 시켰다.

LG, 후계논의는 뒤로 안정성 강화

GS그룹과 마찬가지로 LG그룹의 오너가 역할 변경도 눈길을 끌었다. GS그룹이 위기돌파를 위해 오너일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LG그룹은 오너 일가의 위치엔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을 택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후계구도 상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부회장과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였다. 일단 두 명 모두 자리의 변화는 없었다.

구본준 LG 부회장의 경우 이번 인사에 ‘부’를 떼지는 못했지만 그룹내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이번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구본무 LG 회장의 그룹 경영 총괄 체제를 변동없이 유지하면서 구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구 LG 부회장은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역할에서 더 나아가 주력사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사업 발굴 및 확대를 지원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피는 역할과 함께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며 이끌게 된다.

이번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대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자회사들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 추진을 지원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LG측은 설명했다.

특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계구도 문제로 재계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구광모 LG 상무도 승진없이 그 자리를 유지했다. 당분간 승진보다는 경영 수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전무 승진설도 제기됐지만, 좀 더 경험을 쌓은 다음에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 상무가 이번 승진 명단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LG그룹이 내년에도 구본무 회장의 그룹 경영 총괄 체제를 유지하고 구본무 부회장이 영향력을 확대하며 기존 경영 체제를 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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