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실적 부진에다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친 현대차그룹이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수 위기를 타파할 기업 재정비 등의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손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잇단 리콜사태, 세타II 엔진의 품질문제, 국내외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별 논란, 내부 고발자 이슈, 노조의 장기 파업 등 그야말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관련 정몽구 회장이 소환 되자 경영전략회의를 연기 하는 등 어수선한 행보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청문회' 준비에 노심초사

최순실 소유 회사에 63억원의 광고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6일 소환된다. 현대차는 5일 열기로 했던 월례 경영전략회의를 국회 청문회 이후로 연기하고 정 회장의 국회 청문회 출석에 대한 대응전략 모색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모색해야할 할 재원들이 청문회 준비에 시간을 뺏기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의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라 현대차로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정 회장이 수모를 당할까 현대차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1938년생인 정 회장은 역대 최고령 청문회 증인으로 건강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청문회 당일 국회 밖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 병원과 비상 연락 체계도 마련한 상태다.

그간 현대차는 매달 초 경영전략회의를 열어왔다. 통상 이 회의는 정 회장이 직접 주재했으며, 본부장급 이상 임원이 참석해 회사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하고 미래 사업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정 회장이 청문회 출석으로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영전략회의가 연기됐다. 임원진과 법무·대관 등 유관 부서들도 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현안 산적했는데...청문회 암초

가장 큰 문제는 현대차가 산적해있는 현안을 미룰만큼 경영상황이 순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최근 잇단 리콜사태, 세타II 엔진의 품질문제, 국내외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별 논란, 내부 고발자 이슈, 노조의 장기 파업 등 그야말로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60% 밑으로 곤두박질하며 올해 자동차 판매목표 달성도 물 건너간 상태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목표로 813만대를 설정했지만, 11월까지 누계 판매는 706만여대에 그쳤다.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서 마지막 한 달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데 불가능한 수치다.

해외 시장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는데다 미국 시장에서의 저성장도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 판매 추이를 지켜보며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신형 그랜저의 미국 철수설이 제기되며 암초에 부딪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형그랜저를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현재 판매중인 그랜저 HG 모델의 재고가 소진되면 자연스레 미국 시장에서 단종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의 그랜저 철수설 만으로도 신형그랜저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에 악영향을 미칠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 무역 강화 정책에 대한 우려도 가득하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깨질 경우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운영과 관련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기아차는 북미와 중남미시장을 겨냥해 지난 9월 멕시코 공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매기거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기아차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올해 판매 부진에 일조했던 노사관계 리스크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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