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리대로 디자인된 인공 스웨일 빗물정원

인기가 높은 소시지 만들기 체험프로젝트

하나의 요리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키친, 상하정식

매표소와 인포메이션 센터, 파머스마켓, 전시실이 위치한 농원회관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맑은 공기로 숨 쉬고 거짓 없는 음식을 먹으며 심신의 건강함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이따금씩 그 사소한 행복이 멀게 느껴진다면 전라북도 고창으로 떠나보자. 그곳엔 믿을만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과 먹거리 생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공방, 각종 체험프로그램이 공존하는 상하농원이 있다.

'짓다‧놀다‧먹다', 상하농원이 추구하는 가치

언제부턴가 우리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단어 웰빙. 이제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강력한 모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넘어 몸을 정화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에 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먹거리 시장이다. 담백한 시골밥상을 비롯해 렌틸콩, 아로니아 같은 슈퍼 푸드가 유행하고 덩달아 '건강한 삶'을 테마로 한 체험 농장들도 인기를 끌었다.

[왼쪽오른쪽]파머스마켓에서 판매하는 식품들 빵공방에서 자체 생산하는 우유큐브식빵

고창 상하농원의 존재 이유도 위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이곳은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겠다는 명분을 안고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를 지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로 '짓다‧놀다‧먹다'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현재 상하농원은 한국 농촌의 미래를 선도하는 체험형 힐링 여행지로 자리 잡아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군데군데 수확한 흔적이 남아 있는 텃밭

매표소를 거쳐 농원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자연의 순리대로 디자인된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온다. 개장한지 오래되지 않아 일부 건물은 아직도 공사 중이지만 지금까지 조성된 것만 봐도 무엇 하나 허투루 지은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곳곳에 보이는 인공 스웨일(움푹 패인 지형)이 인상적이다. 빗물정원이라 불리는 이 스웨일은 흙길을 인공적으로 포장할 때 생기는 침수 등 악현상을 막아주고 빗물이 머물렀다 가는 시간을 이용해 정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꿀 수 있도록 돕는다. 빗물정원이 빗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면 저류지처럼 빗물을 모으는 곳도 있다. 저장된 빗물은 정화작업을 거쳐 화장실 용수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물과 비용이 절약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넓은 텃밭 역시 미관의 임무만 가진 것이 아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농촌에 입성했다는 직감과 여유를 느끼게 해 주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먹거리 생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지금은 수확을 앞둔 양배추와 몇 종류의 허브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보리 물결이 넘실대는 푸른 밭이었다고 한다.

소시지도 만들고 송아지 우유도 주고, 인기 만점 체험 프로그램

상하농원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연이 준 재료로 정직하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방, 공방에서 직접 만든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상회,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아이스크림이나 소시지 따위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교실, 각종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동물농장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체험교실은 사전예약을 거쳐야 이루어지는 것으로, 2~3일 전 전화예약을 한 뒤 현장결제를 진행하는 보통의 순서다.

소시지 체험이 한창인 체험교실 B동, 천장이 유리라 불을 켜지 않아도 밝다.

체험 종류는 소시지, 치즈, 밀크빵, 아이스크림으로 총 네 가지다. 소요 시간은 40분~50분 정도인데 소시지와 밀크빵은 훈연, 굽기 등 가공시간이 추가로 든다. 무작정 앉아서 기다릴 필요는 없고 자유롭게 농원을 구경하다 돌아와 번호표를 내고 자기 결과물을 받아 가면 된다. 가격은 인당 1만원~1만5천 원 선. 체험 재료가 2인분 1세트로 주어지므로 짝수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어른들은 자녀의 보조 역할로 무료입장 할 수 있으니 사전에 문의하여 허락을 받도록 하자.

소시지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소시지 재료를 챙긴다. ②다진 고기를 철판에 깔고 전분가루, 파슬리가루, 물을 뿌린다.
③손으로 반죽한다. ④충진기 본체에 고기를 넣는다.
⑤노즐에 양 케이싱을 연결하고 내용물을 주입한다. ⑥모양을 만든다.

체험거리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단연 소시지 만들기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체험교실B동에서 하루 세 차례나 클래스가 진행될 정도. 농원 측에서 체험 하루 전 돼지고기를 갈아 밑간을 한 상태로 준비해 놓으니 참가자들은 전분가루, 파슬리, 물을 넣고 다시 한 번 반죽한 고기를 양 케이싱에 넣기만 하면 된다. 훈연 과정은 농장 측이 맡는다. 30분만 기다리면 뽀득뽀득한 케이싱을 베어 물때마다 육즙이 입 안 가득 고이는 맛있는 소시지를 받아 갈 수 있다. 양 케이싱에 반죽한 고기를 집어넣는 과정이 의외로 힘들기 때문에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밀크빵이나 아이스크림 체험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빵 공방에서 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유리벽 너머로 지켜볼 수 있다.

유료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공방 유리벽 너머로 소시지, 빵, 과일청 등이 생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심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마음에 새겨볼 수 있다. 내부에 직접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공방 가동 시간이 주문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터라 견학로가 열리는 시간이 따로 공지되지 않는다. 그때그때 열려있는 공방에 들어가 상황을 직접 체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물농장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소들
[왼쪽오른쪽]탈출을 꿈꾸는 빠삐용 산양 뿔을 만져도 화내지 않는 온순한 성격이다

동물들에게 건초나 우유를 먹이는 체험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된 시간에 맞춰 동물농장에 찾아가면 사육사의 보호 아래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송아지들에게 먹이는 우유는 동물농장 바로 뒤편에 위치한 유기농 목장에서 시간마다 짜와 언제나 신선하고 따뜻하다. 송아지들도 그 맛을 아는지 우유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데 이 모습이 다소 공격적으로 비쳐 아이들이 놀라기도 한다. 시간을 놓쳐 먹이주기 체험을 놓쳤대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귀여운 아기돼지와 산양이 농장 근처를 자유롭게 배회하므로 다가가 인사 정도는 건네 볼 수 있다.

눈빛으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면양 한 쌍
[왼쪽오른쪽]우유를 기다리는 송아지의 간절한 눈빛 폭풍 식사중인 송아지들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는 로컬푸드의 참맛

체험이 끝나면 농원식당에 들러 상하정식을 맛보길 추천한다. 상하정식은 신동진 쌀로 지은 가마솥 밥과 제육볶음에 날마다 달라지는 반찬 4종과 국 1종이 더해진 메뉴다. 셀프테이블에서 배추와 상추, 송어젓갈, 양파 장아찌, 당귀잎 장아찌, 쌈장 등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가 쌈을 싸 먹을 수도 있다. 이날은 짜지 않은 달걀조림과 담백하고 고소한 쌈장, 구수한 된장국이 입맛을 돋우는 일등 공신이었다.

농원식당의 한가로운 풍경

농원식당의 장점은 식재료와 요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있다. 9분도미와 농가 직거래로 공수한 신선한 고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반찬, 오래 묵힌 된장 등 모든 식재료의 원산지가 국내산이며 대부분이 고창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다. 이 재료들이 하나의 요리가 되는 과정을 오픈키친을 통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상하정식
[왼쪽오른쪽]식당 한편에 마련된 셀프 테이블 채소를 곁들인 푸짐한 한 쌈

 

2층 유리온실에서 자라는 치커리, 적상추, 케일 등 각종 채소를 두 눈으로 직접 보면 음식에 대한 믿음과 애착이 두 배로 높아진다. 유리온실과 야외텃밭에서 재배되는 작물 중 일부는 농원식당의 한식메뉴와 상하키친의 양식메뉴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으니 아이들의 밥상 교육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농원식당 2층에 자리한 유리온실 내부. 누구나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체험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잠시 주목하자. 상하농원은 구시포항과 인접해 농원과 바다를 한꺼번에 둘러보는 하루짜리 코스로 적합하다. 주차장은 넓은 편이며 식당과 화장실에는 아기의자, 기저귀교환대, 어린이용 소형 변기커버 등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을 돌보기 수월하다. 하루 만에 서울이나 경기도까지 먼 길을 오가야 할 손님들을 위한 농원 내 숙박시설은 2017년 상반기 오픈될 예정이다.

 

<여행정보>

상하농원

-주소 :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영업시간 : 하절기(3월~11월) 10:00~17:00 / 동절기(12월~2월) 10:00~16:00 /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문의 : 1522-3698

 

주변 음식점

-정자나무횟집 : 회, 쭈구미 /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해변길 135/ 063-563-0713

-미풍정 : 한정식, 한우 /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모양성로 45 / 063-563-5000

 

숙소

-고창처녀농부 민박 : 전라북도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100 / 010-5430-7684

-넥스텔(우수숙박시설굿스테이) :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월암수월길 112 / 063-564-8999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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