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틈타 불법 대학생 다단계 다시 기승

거·마에서 동서울터미널로, 학생 피해 급증

‘취직·알바 유혹 대출 권유’ 수법은 그대로

악화되는 취업환경, 단속·규제만으로는 한계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취업난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거마대학생이 5년만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불법 대학생 다단계 조직의 대명사처럼 불린 ‘거마대학생’의 주요 활동 지역을 인근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시간은 지났지만 불법적 행태와 이에 가담한 청년들의 피해 우려는 여전하다.

# 맛집 소개 알바로 속여서 다단계회사를 방문했고 2~3일간의 반복적인 교육을 받았다. 대부업체를 통해 900만원을 대출 받게 한 후 850만원 가량의 제품을 구매하게 했다. 제품 구매 당시 제품구매계약서 등 일체 서류를 받지 못했으며 청약철회를 상위판매원에게 요청했으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계속 거절했다.

# 친구가 3일정도 시간을 내서 알바를 하러 가자는 식으로 약속을 잡고 만났는데 당일에 다단계회사 가입 권유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를 빼내려다가 3일내내 집에 못 가게 붙잡아놓고 반복적인 대출 권유 그리고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다단계를 시작하게 됐다. 작업 대출(재직증명서 등)을 통해 대출을 권유하고 환불하지 못하도록 회원가입서 및 계약서등을 전혀 교부하지 않았다.

이처럼 불법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져 물품 구입비로 금융회사 대출을 받은 뒤 이를 갚지 못하는 대학생의 피해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잊고 있던 용어 ‘거마대학생’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거마대학생이란 송파구 거여동·마천동 일대 합동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불법 대학생 다단계 업체에 오가는 대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의 두문자를 합성한 ‘거마’와 활동한 ‘대학생’을 합친 신조어다.

거마대학생 또 등장, 피해주의보 발령

서울시는 지난 6일 불법 대학생 다단계 조직 ‘거마대학생’이 최근 미등록상태로 동서울종합터미널 5층에서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대학생 불법 다단계 피해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시에 접수된 다단계 관련 상담 107건을 분석한 결과, 불법 대학생 다단계 업체에 대한 상담이 62건 중 ‘거마대학생’(강변터미널 5층) 관련 불법 다단계 상담이 45건이나 차지했다. 피해액은 약 4억3000만원이며, 1인당 평균 피해액만 약 1000만원에 달했다.

거마대학생이라 불리는 불법 대학생 다단계는 취업난에 빠진 대학생이나 사회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피해를 야기시켰다. 보통 취업알선 및 고수익 보장 등으로 유혹해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을 유도, 대부업 대출을 권유하는 방식을 동원해 수많은 청년들을 신용불량자로 내몰았다.

거마대학생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던 지난 2011년 공정위 조사로 적발된 한 업체의 영업방식을 보면 대기업이나 유망회사에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학생들을 포섭해 회사와 가까운 지하철 역 등으로 유인했다.

시작은 안부묻기(첫텔), 상황파악(신상에 관한 것 작성), 운 띄우기(부러움 유발), 뜸들이기 등으로 유혹했다.

다음단계는 고객을 합숙소와 고객센터로 유인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려고 재미있는 이야기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끝없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일만 연수를 받고 나가라’ 식의 약속도 했다.

이후 합숙소에 들어서면 상위판매원 2~3명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밀착관리를 했다. 합숙생활은 1개월을 5일 단위로 나누어 6개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특정 합숙소에서 생활한 뒤 단체로 탈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른 합숙소로 옮기는 식인 형태로 조사됐다.

다단계 업자들은 교육센터에서 생활할 때 상위판매원은 고객들로 하여금 전세자금 등의 명목으로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내게 했다. 이것이 어려우면 대출알선 등으로 1인당 350만~550만원 가량의 물품을 사고 판매원(플래너)으로 등록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원으로 가입한 고객(플래너 및 실버플래너)에게는 대출금과 이자 부담이 있다는 심리를 악용했다. 대출금 상환과 높은 수당을 지급받고자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실버플래너로 빨리 승급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추가 대출을 받아 물품을 사들이게 하거나 최대한 많은 하위판매원을 모집해야 했다.

취업으로 유혹, 남는건 빚더미

결국 이들이 돈을 벌기는커녕 대부분 빚더미에 앉는 등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게된다는 것이다.

2011년도 활개를 치던 ‘거마대학생’의 운영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당시엔 거여동과 마천동에서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2-3년 간 상호와 소재지를 바꾸며 영업을 하다 최근에는 동서울종합터미널(강변터미널) 5층으로 자리를 옮긴 것 뿐이다.

이번 서울시 조사결과 이번에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를 대상으로 취업을 미끼로 유인 알선하는 방법이 반복되고 있었다.

수강생들에게 2~3일 교육을 시킨 뒤 거액의 대출을 권유했고, 반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청약철회를 물리는 행위도 피해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불법 대학생 다단계 조직의 경우 등록된 업체가 아닌 만큼 이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당연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도 가입하지 않았다. 판매원가입서, 제품구매계약서 등도 없이 영업하고 있는 정황도 파악했다.

게다가 이번에 적발된 강변터미널 5층 불법 다단계 조직은 영업 행위에 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판매원가입서, 제품구매계약서, 회원탈퇴서’를 교부하지 않았으며, 현금으로만 제품구매와 후원수당지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되는 구조인 만큼 이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길도 없는 셈이다.

(사진=뉴시스)

끝없는 취업난, 거마대학생 유혹 계속된다

거마대학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단속도 강화됐다. 경찰은 2011년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 불법 다단계 업체 단속으로 모두 250여명이 경찰에 적발해 재판대에 세워 실형을 얻어냈다. 정부도 2012년 대학생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다단계업체 피해를 막기 위해 20여개 업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 했다.

서울시도 ‘거마대학생’활동이 왕성하던 2011년 이후에도 다단계 및 방문판매업체의 불법 영업 행위를 계속해서 집중 단속했다. 점검결과 ▲2012년도에는 총 260개소 ▲2013년도에는 총 300개소 ▲2014년도에는 총 269개소에 행정조치를 취했다.

서울시는 2016년 상반기부터 해당 업체를 수차례 점검해 등록(신고)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시정권고, 과태료 부과 등)을 실시했고, 업체의 불법행위가 벌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경찰서 수사의뢰를 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불법 대학생 다단계 조직을 완벽히 근절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의 경우도 단속으로 등록된 다단계 업체가 ‘대학생 다단계 조직’과 센터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해당 대학생 조직이 강남에서 ‘동서울터미널’로 소재지를 이동해 현재까지 무등록 상태로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대학생 등을 유인해 불법 영업 행위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학생 다단계업체 및 조직 3개소(다단계등록업체1, 방문판매업체1, 무등록업체1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후에도 꾸준한 모니터링과 민원 접수가 들어오면 현장 집중 점거를 통해 발견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행정처분 및 수사의뢰 등을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도 ‘거마대학생’을 논할 때 함께 거론되던 것이 청년 취업난이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환경이 젊은 청년들이 이 같은 조직에 내몰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청년세대의 취업난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균형실업률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평균 실업률은 3.9%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부족해 생기는 수요부족 실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것이다.

실업률 조사결과 2011~2014년까지 연평균 실업률은 3.3%로, 2015~2017년까지 연평균 실업률(전망치)은 3.7%로 실업률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취업 알선 및 고수익 보장 등으로 유혹당하는 사회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은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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