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조선의 세종대왕은 재위하는 동안 목표로 삼은 것이 한 마디로 ‘생생지락(生生之樂’이었다. 곧 백성들이 모두 즐겁게 일하며 편안한 생활을 통해 행복을 누려야한다는 국정철학이었다. 원래 이 구절은 중국 ‘서경(書經)’에 나오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했던 세종은 생생지락을 가장 많이 언급했었다는 것을 ‘조선왕조실록’은 말해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위에 있는 사람이 성심을 다해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백성들로 하여금 부지런히 일에 전념하면서 그 생업을 즐거워할 수 있겠는가(不有上之人誠心迪率 安能使民勤力趨本 以遂其生生之樂耶)“.

그는 여기에서 ‘생생지락’과 함께 ‘적솔력(迪率力)’을 강조했다. 적솔력은 ‘지도자가 앞장서 지도하며 모범을 보이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세종의 비전과 철학은 국민을 기본으로 했으며 실제적으로 모든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국민을 우선으로 했다. 분명 그것은 모든 백성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며, 그러면 나라는 태평성대를 구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세종의 위업이 역사에 그대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문화체계 정립 절실

백성을 감동시키는 마음경영을 펼쳤던 세종의 시대로부터 60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유위변전(有爲變轉)의 난국에 처해 있다. 이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이제 명실상부한 위대한 선진 대한민국, 후세를 위한 공정사회의 기초를 닦는 전화위복의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

곧 모든 면에서 과거의 패턴이나 패러다임과 가치관으로부터 완전 탈피하여 새로운 사회문화체계를 정립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어야만 한다. 곧 한국사회의 기존 가치기준으로부터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 진정한 선진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평등한 대우와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체계다. 어떤 계파적, 정파적, 파벌적 기준에 의해 이러한 민주적 가치가 흐트러지고 부당하게 재단되는 과거의 폐단으로부터 탈피하여야 한다.

세상은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분초를 다투는 초 첨단 디지털 경쟁구도에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이라는 벽 속에 갇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매여진 폐쇄적 관행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과감히 코스모폴리탄적 사고방식과 글로벌 스탠드의 행동양식을 가져야 한다.

출세주의, 과도한 ‘지위경쟁’ 초래

이번 국가적 위기를 맞기에 앞서 우리사회는 ‘출세주의’에 함몰되어 있었다. 그것을 성공이라고 믿게 하는 사회적 풍토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성공의 기준을 돈(재력), 힘(권력), 허울(명예)에 두는 풍조가 우리 사회의 기저가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 선진사회의 가치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배태된 수직적  물질적  전시적 출세주의는 한국사회를 과도한 ‘지위경쟁’의 투전장으로 내몰아 갈등과 대립의 배타적 사회구도를 만들었다. 사회적 포용과 배려와는 거리가 멀어졌으며 이로 인해 우리사회의 복잡한 난맥상이 조성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그 성공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학맥, 연줄, 돈줄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회전체를 지배해 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출세하기 위해, 아니 행복하기 위해 절대적인 정신적 체험보다도 상대적인 물질적 소유가 성공의 가치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번 국정농단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권력을 둘러싼 발호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권력, 재력, 명예욕이 빚어낸 적폐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다시 말해 합당치 못한 탐욕이 한도를 넘어 통탄할 정도로 정상의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이다. 근래에 한 고위 공직자가 99 퍼센트의 국민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우리사회의 멘탈리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성공의 가치 개념을 다시 써야 한다. 우리사회에 ‘출세’가 아닌 ‘성공’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분열주의를 부추기는 상위 1%의 권력, 재력, 명예의 소유자들만이 누리는 특별한 부류의 출세를 성공으로 재단하는 사고방식을 떨쳐 버려야 한다.

출세(出世)는 말 그대로 남을 누르고 밖으로 우뚝 나와 서 있어야 되는 것이다. 이에서 비롯되는 출세지상주의는 개인적인 가치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정신을 훼손하게 한다.

이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보람을 느낄 때 그것이 진정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성공의 기준이 정착되어야 한다. 곧 생생지락을 느낄 때 그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회적인 위계나 물질적인 등위로 인간의 가치가 평가되고 구분되는 풍토가 된다면 그 사회는 끝없는 불안과 초조감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형국에서는 한국적 잣대의 출세는 있을지 몰라도 참다운 가치의 성공이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항상 인간의 가치를 탐구했던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는 성공한 사람을 이렇게 정의 했다.

“당신의 일이 비록 작은 일이라도 전력을 기울여라. 성공은 자신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간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그런 성공이 사회문화의 기조가 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선진 사회문화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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