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무상 서울로 오가는 열차에 오른다. 아침 열차나 전동차 안에는 많은 통학생들이 타고 있다. 이들 손에는 저마다 무기라도 되는 양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있다. 나는 평생을 교단을 비롯하여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한 배운 경험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일종의 직업의식이랄까. 아무튼 나는 그들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곤 한다. 그 살풍경을 이렇게 언론에 까발리면 오늘 저녁 밥상머리에서 현명하신 학부모님은 숟가락 팽개치는 사건이 다수 일어날 것 같아 괜히 불안하다.
 
기차 안에서 학생들의 손에 든 것은 자아 확충을 위한 교양서적이나 혹은 교과서가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든 그들 중 열에 아홉은 게임이나 오락이다. 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게임 오락에 젊은 사람들이 경도되는 현상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이 무게감 있는 교양서적 혹은 문화 예술, 아니면 전공서적을 펴들고 있으면 보는 이의 가슴도 뿌듯하다.
 
책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아 이른바 흑수저에서 금수저로 신분을 탈바꿈한 위인들은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무지하게 많다. 그런데도 속이 빈 자아를 내세워 사회에 진출하기란 나막신 신고 외벽타기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이나 청장관 이덕무 같은 분들은 신분이 아주 낮은 분들이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들은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분들이다.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폰 속의 게임이나 오락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가 있다. 단순 정보나 게임으로서는 자아실현이 불가능하다면 저들은 웃을지도 모른다. 원래 민주주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 다양한 지식 습득은 전인적 인간을 구현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젊은 날의 독서는 자신을 이끄는 기관차이기도 하다. 기관차의 생명은 힘이다. 우리가 머리의 힘, 몸의 힘, 근육의 힘을 가져야만 높은 산 깊은 바다를 헤엄쳐 건널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역동적 힘으로 미래가 펼칠 수 있는 터널을 통과할 수가 있다.
 
내가 타고 오르는 열차 속에는 오늘도 자신의 애인처럼 스마트폰 오락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대들에게 책을 펼치는 그런 모습을 꿈꾸어 본다. 이제 그 새까만 스마트폰은 정보나 길 안내자로만 존재하길 기원해본다.
자! 겨울 방학 길고 긴 밤에 이혼녀처럼 멀어졌던 책을 펼쳐드는 대한민국의 통학생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국 윈스턴 처칠의 말이 떠오른다. "책은 나와 국가와 민족을 단련시키는 제련소이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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