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억지’는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을 이르는 말이다. 억지를 부리는 행위는 보통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억지를 부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안된다고 했음에도 장남감을 사달라고 울며불며 사달라고 할 경우 이를 못이겨 결국 사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른들 중에서도 말싸움 중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릴 경우 싸우기 싫어 뒤로 물러서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사로운 일 뿐 아니라 중대한 사건에서도 억지가 통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최근 국민들의 촛불을 두고 ‘촛불집회가 종북 세력이 주도했다’라거나 ‘촛불집회 배후는 북한’이라는 괴담이 SNS와 인터넷 공간을 떠돌고 있다. 근거가 없을뿐더러 간혹 사실을 왜곡한 자료들이 인용되는 황당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고자 열린 청문회에서도 억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결과 드러난 정유라의 특혜입학 사실도 “조직적 은폐는 없었다”거나 “난 책임없다”는 해당 학교의 최고 책임자의 알 수 없는 말이 반복됐다. 그누구도 믿지 못할 ‘난 최순실을 모른다’는 말도 수없이 반복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탄핵 사태 책임의 한 축인 이른바 친박계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아직도 “난 잘못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억지는 진짜 승리라고 볼 수 없다. 그 피해는 주변에 미칠 것이고 억지를 부려 얻어낸 결과는 잠깐의 기쁨을 줄 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엔 상대방에게 신뢰만 잃고 본인에게 해로 돌아올 뿐이다.

더군다나 억지는 힘이 센 사람이 부리면 폭력이 된다. 이를 이겨낼 수 없을 정도의 힘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를 우리는 최근 ‘갑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결국 본인도 상대방도 상처받을 뿐이다. 억지를 부려 얻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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