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이 북미 소비자들에게 잇따라 보상키로 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콜 일정을 반년 넘도록 차일피일 미루는 반면 미국에 이어 캐나다에서는 소비자 보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4월 리콜을 내다봤던 폭스바겐이 소급 조항이 없는 국내 리콜 관련 규정의 허점을 악용해 리콜을 미루는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표면적인 리콜 지연 이유는 환경부가 요구하는 검증 내역이 까다로운데다 상당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할 사안이라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 결국 양측의 힘겨루기로 연내 리콜 결정도 사실상 물건너 가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북미서 잇따라 배상금 지불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캐나다에서 배기가스 배출 조작 관련 보상금으로 최대 21억 캐나다 달러(약 1조87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전날(현지시간) 캐나다 차량 소유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이와 같은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화해로 배기량 2000cc 디젤차 10만5000대를 대상으로 대당 5100~8000 캐나다 달러를 현금으로 보상하고 무상 수리와 환매 등을 실시한다.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배상으로는 미국의 총액 147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가 된다.

폭스바겐과 산하 아우디 캐나다 법인은 원고 측과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당국은 폭스바겐이 디젤차를 휘발유차보다 오염이 덜하다고 선전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보상과 더불어 폭스바겐은 허위 마케팅을 한 혐의로 1500만 캐나다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또 다른 3.0리터 차량 8만대에 대해 보상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만대 차량 소유주들은 보상을 받고 6만대는 수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에는 폭스바겐은 2000cc 디젤차 배기량 조작을 둘러싼 미국 내 소송에서는 총 147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화해를 보았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 47만5000명에게 1인당 5100~1만 달러의 현금을 지급한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은 법률 기준 차이로 북미와 국내 소비자 보상 정책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내 리콜 개시 물 건너가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의 리콜이 일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폭스바겐의 보상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판매 금지 등 행정처분이 예고된 차종이 이미 지난 7월 11일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이 10배 증가되는 법 시행일인 같은 달 28일이 임박해서야 판매를 중단했다. 손해를 줄이려고 마지못해 판매를 중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배출가추 조작 사태 촉발 당시 "개선 계획이 나오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시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4월부터 리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정작 환경부에 제대로된 리콜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  환경부가 요구하는 검증 내역이 까다로운데다 기업으로서도 상당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할 사안이라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특히 리콜이 시행될 경우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이 스스로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격이어서 소급 조항이 없는 국내법의 허점을 노려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앞서 폭스바겐에 4번째 리콜 계획서를 받은 뒤 추가 서류를 제출 할 것을 통보했다"며 "리콜 개시 후 18개월 내 리콜률 85%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골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폭스바겐이 지난 14일이던 리콜계획서 추가 서류 제출시한을 2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검토 시간이 부족하는 것이 연장 신청 이유다"고 덧붙였다.

리콜 보완을 두고 시간을 너무 지체하다 연내 리콜 개시는 사실상 불가능 한 상황이다. 결국 질소산화물 기준치의 40배 이상을 뿜어내는 차량 12만6000여대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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