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이 특혜 대출로 13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지점의 직원들이 고의로 부실대출을 하거나 대출 심사 검토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집중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6~7월 금융감독원과 3개 국책은행, 3개 공적보증·보험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시스템 운영·감독 실태에 대해 총 4건의 감사를 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3년 12월 4개 은행 합동으로 A사에 당시 대표이사의 연대보증과 개인자산 담보를 조건으로 3000억원을 대출을 내줬다.

그러나 이듬해 7월 A사가 대표이사의 사임을 이유로 들어 연대보증 면제와 담보 해지를 요청하자 산업은행은 채권보전 방안 없이 담보를 부당 해지해줬다. 이후 A사의 재정이 어려워져 산업은행은 대출잔액 117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기업은행의 경우 더욱 심각했다. 기업은행 일선 지점에 임원이 고의로 부실대출을 해준 정황이 발각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은행 모 지점의 B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개 기업에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다. 당시 B팀장은 10개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본점으로부터 해당 기업의 대출 신청 중 일부가 실제 상거래가 없는 자금융통 의심 거래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부하직원들까지 대출을 반대했지만 B팀장은 이를 무시하고 35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출을 감행했다. 결국 대출금 미상환으로 이어지며 기업은행은 208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경우 단기수출보험 적용대상과 책임발생 시기에 대한 검토를 태만히 해 7900만달러(약 940억원)의 예상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보험공사는 2013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2개 은행과 C사의 수출 채권을 대상으로 보상한도 1억1900만달러(약 1420억원)의 단기수출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해당 보험의 대상은 '국내기업이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는 해외현지법인'이였지만 C사는 해외현지법인 지분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보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는 수출채권에 보험 계약을 체결해준 셈이 됐다. 

아울러 무역보험공사는 자신들의 보상책임이 발생하는 시기를 '물품인도시'가 아닌 '선적일'로 선정한 것도 문제다. 수입업자에게 상품이 넘어감으로써 수출채권이 발생하는 시점이 아니라 단순히 수출을 위해 배에 물건을 싣는 시점부터 보험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결국 C사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LCD TV 등을 수입하기로 한 미국 업체가 물품인수를 거부하면서 해당 수출채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보험책임 발생 시기도 선적일로 잘못 잡는 바람에 무역보험공사는 2개 은행에 7900만달러를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특혜·부당 대출 및 수출보험 심사업무를 태만히 한 관계자들에 대해 면직·정직 등의 조치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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