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속 닭과 오리의 집단 폐사가 이어지자 계란 품귀현상이 발생하며 이른바 ‘계란 대란’이 찾아왔다.

지난 21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올라온 특란 30개의 소매가는 6781원으로 한달 전 5408원보다 25.3% 올랐다. 일부 소매상에서는 특란 30개 가격이 9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인해 닭이 대거 폐사, AI가 지나가더라도 계란 수급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란 가격이 급상승하자 이를 주원료 하는 제과·제빵업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하루 버리는 계란 껍질만 약 7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빵업계 1위 업체에서는 회사 직원들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대형마트를 돌며 인당 계란을 몇 판씩 사온 사실이 알려지며 “계란 사재기가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기도 했다.

제빵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란을 덜 쓰는 제과업체 또한 계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하며, 계란이 들어가는 제품의 공급물량 축소를 검토 중이다.

계란 가격 상승은 제과·제빵업계 제품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닭고기 대신 돼지나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과 달리 계란은 대체 상품이 없는 상품이다 보니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 업체들의 변명이다.

이런 가운데 맥도날드 등 계란 사용량이 많은 프렌차이즈 업체들 또한 AI 장기화에 따른 영업손실을 고려 조만간 제품가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 인상에 대한 여론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제품가격이란 게 한 번 오르긴 쉬워도 이후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걸 대중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과·제빵업체에서는 설탕과 우유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 때 몇 차례 제품가 인상을 단행했으나, 이후 이들 원자재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그에 맞춰 제품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AI 사태 속 축산농가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계란 가격 인상에 따른 업체들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계란 대란 속 가격인상만을 먼저 고민하는 듯 한 기업들의 태도는 결코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듣기 힘들 것이라 본다. 과거 경험에 비춰 흡사 이번 위기를 가격인상의 기회로 잘못 오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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