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어느덧 올 한 해도 마지막 한 장의 달력만 남겨놓고 서서히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등장하는 한자성어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지만 올해는 이 말로는 부족한 한해였다. 전대미문의 일반인에 의해 국정을 농단 당한 ‘최순실 게이트’가 두 달 가까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며 ‘혼용무도(昏庸無道)’의 난국을 겪었다. 혼용무도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의 한자성어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도의가 무너져버린 상태’라는 속내를 담고 있다. 기업경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비선실세 최순실을 등에 업은 기업들은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현대차의 점유율 붕괴와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자동차‧해운 강국이던 한국의 위상이 추락했고, 롯데는 ‘형제의 난’에 ‘오너 비리’까지 재벌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뉴스포스트>가 송년특집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용무도했던 병신년 한 해, 경제‧재계 뉴스를 되짚어 봤다.

위기의 한국 경제, 안팎으로 온통 악재
한진해운‧현대차 몰락 글로벌 신뢰 추락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모르쇠 일관
엘시티수사, 미완의 롯데수사 전철 밟나

 

(사진=뉴시스)

‘최순실게이트’ 재계도 공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검은돈을 강요하고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인사 개입 등 국정 전반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나 국가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와 관련된 재계 총수 9명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증인으로 청문회에 서며 ‘최순실의 공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출연금이 모인 과정에 대가성이 드러나면 ‘뇌물공여자’가 될 상황이 오자 총수들은 “기억이 안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기업 30곳이 미르·K스포츠재단 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은 총 774억 원이다. 비중을 따지면, 삼성 25.7%, 현대 17.4%, SK 13.9%, LG 9.8%로, 재벌 그룹이 네 곳이 전체 기부금의 67%를 출연했다.

이 재단의 공시 기부금은 774억 원이다. 전액 ‘기업, 단체기부금’ 명목이며 그룹별 기부금 내역은 아래와 같다.

▲ 삼성 204억 ▲ SK 111억 ▲ 현대자동차 82억 ▲ LG 78억 ▲ 포스코 49억 ▲ 롯데 45억 ▲ GS 42억 ▲ 한화 25억 ▲ KT 18억 ▲ LS 16억 ▲ CJ 13억 ▲ 두산 11억 ▲ 대한항공 10억 ▲ 대림산업 10억 ▲ 금호아시아나 4억 ▲ 부영주택 3억 ▲ 아모레퍼시픽 3억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총수의 출국금지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재계의 불확실성은 내년 경영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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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끝없는 추락

현대차도 수난의 연속이다. 노조 전면파업을 비롯해 내수 시장 점유율 급락과 내부고발자 폭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류까지 초유의 악재가 이어졌다.

현대차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0% 이하로 떨어졌으며, 올해 35%대까지 추락했다. 올해 자동차 판매목표 달성도 물 건너간 상태다. 내부 침체에 허덕이던 중 또 다른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세계 자동차 생산량 글로벌 5위였던 순위가 6위로 하락한 것이다.

이 밖에도 최근 잇단 리콜사태, 세타II 엔진의 품질문제, 국내외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별 논란, 내부 고발자 이슈 등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특히 차량 결함 은폐 의혹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밝혀지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국토부 장관은 현대차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미국에서는 대규모 리콜 및 보상이 이어졌다.

연말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정점을 찍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검찰 조사에 이어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했고 이 자리에서 ‘노조원 폭행’ 논란도 샀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실적 부진에다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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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비리, 미완의 수사

지난 10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4개월여 만에 종결됐다. 검찰이 밝혀낸 롯데그룹의 비리 횡령 금액은 3755억이었지만 구속된 총수 일가는 한명도 없었다.

지난 6월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한 총 17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신동빈 회장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롯데 오너일가가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비자금 수사는 번번이 고비를 맞았다. 현직 계열사 사장과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은 잇달아 기각됐으며 ‘이인원 부회장 자살’이라는 돌발변수도 발생했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적힌 유서를 남겼다.

롯데 비자금수사는 10월 29일 최종 목표였던 신동빈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사실상 종결됐다. 검찰은 롯데 수사를 통해 밝혀진 범죄금액이 3755억원에 이르고 총수 일가의 횡령성 이득액만 1462억원에 달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간의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비도덕’ 이미지를 샀다. 지저분한 승계과정을 벌이는 동안에 형제는 서로를 비난하며 아귀다툼을 벌였고 시민들은 이들을 보며 손가락 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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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강국에서 변방으로 추락

국내 1위·세계 7위권 원양선사인 한진해운은 장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지난 9월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조만간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자율협약을 종료했다.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 세계 7위의 선대를 보유한 한진해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채권단의 섣부른 결정에 세계 곳곳을 항해하던 한진해운 선박 141척이 해상에 묶였다. 이는 세계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며 천문학적 금액의 피해를 유발했다. 이같이 국내외 많은 파장을 가져온 물류대란은 지난 11월 말 약 석 달여 만에 공식 종료됐다. 실사 법인이 지난 13일 한진해운이 더는 기업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사태를 M&A나 사업권 양도 등 시장경제를 통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정부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논리를 앞세워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 이 과정에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현대상선도 어정쩡한 해운동맹 조건부 가입으로 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2M 정식 회원사는 ‘선복공유 + 선복교환’을 공유하는 관계지만 현대상선은 ‘선복교환 + 선복매입’을 하는 한 단계 낮은 협력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이번 가입을 두고 ‘반쪽 가입’ ‘글로벌 해운 왕따’ 등의 얘기가 돌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국내 해운사는 단 한 곳도 2M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못한 처지가 됐다.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가 큰 배경이지만 금융논리에 치중됐던 무능한 정부의 정책실패가 오늘날 한국의 해운을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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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결...‘인공지능’ 핵심키워드 부상

일명 '알파고 쇼크'로 재계와 범국가차원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붐이 일었다. 지난 3월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최정상급 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세기의 대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세돌 9단이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가장 정교한 게임이라는 바둑에선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사람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3월9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총 5번의 알파고는 날카로운 수 읽기와 새로운 전략을 무기로 보란 듯 4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홀로 맞서 단 한 판만 승리했지만 아름다운 패배라는 찬사를 받았다.

알파고 대국은 기계가 인간을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정부가 인공지능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인공지능은 새해에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서 산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엘시티 게이트’ 종착지는 어디

엘시티(LCT) 이영복 회장의 비리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영복 회장은 해운대 엘시티 사업 비리와 관련해 회삿돈 705억원 상당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수사 결과 이 회장은 비자금 대부분을 부동산 매입, 차명회사 운영비, 개인채무변제, 생활비, 골프, 유흥비, 상품권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한 과정의 외압 여부, 부산은행으로부터 1조780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받은 의혹. 부산시청 특혜성 인허가 등이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검찰은 엘시티 시공 과정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7·구속)을 지난 19일 재판에 넘기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회장도 지난달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아직 엘시티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 실체는 밝히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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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삼성 3세 경영’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에 이은 ‘삼성 3세 경영’이 사실상 공식화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8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008년 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맡는 것은 8년 만이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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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 유착’ 불명예 전경련, 존폐기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문고리 역할을 한 전경련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탈퇴 선언을 필두로, SK그룹, CJ그룹 등이 탈퇴 의사를 밝힌데 이어 기업·산업은행 동참의사를 표명했다. 이들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의 전경련 탈퇴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나머지 다수 기업들도 전경련을 탈퇴하는 방향을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떻게 탈퇴하냐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한 첫 단추격인 회원사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주요 그룹 모두 불참했다.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태이던 전경련의 신입사원 채용도 전면 백지화 되는 등 향후 존폐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만들어진 단체다. 설립 취지는 좋다. 부정축재를 일삼은 경제인들을 석방을 하는 조건으로 나라의 발전에 기여를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응답의 차원으로 1968년,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주도로 지금의 전경련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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