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화학포비아’ 신조어 등장

‘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서울 시내면세점 3차 대전

식음료·빵·라면·계란 등 줄줄이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

1인가구 증가 ‘혼밥·혼술’ 열풍…편의점 특수로 이어져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는 유통업계와 관련된 이슈들이 유독 많았다. 경기불황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진실이 유족들의 문제제기 5년여 만에 밝혀졌고, 정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 속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런가하면 1인 가구 증가 속 혼술·혼밥 등 새로운 문화트렌드가 업계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유통업계의 파란만장했던 2016년을 되짚어 봤다.

(사진=뉴시스)

사망자만 1000명, ‘가습기살균제’ 파문

2016년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단연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가 무려 5년 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판매되며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것이다.

당초 죽음의 가습기살균제는 옥시에서 제조된 제품뿐이라 알려졌으나 여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에서도 이 같은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인면수심’의 이번 사건에 대해선 검찰과 법원 모두 철퇴를 내렸다.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와 존리 전 옥시 대표에게 각각 징역 20년·10년을 구형했으며, 법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를 열고 진상 파악과 옥시 레킷벤키저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생활 속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로까지 번졌다. 화학과 공포증(phobia)의 합성어 ‘화학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으로 이후 소비자들은 스프레이, 방향제, 탈취제 등 일반 생활용품 속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거부감 속에 친환경 제품을 찾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공포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과 부광약품 등 10개 업체가 생산한 치약 149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른바 ‘치약사태’로 불린 이 사건은 이들 치약 제조사에서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보존제 목적으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MIT)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성분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인체 흡입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유해성 물질이다.

치약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아모레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메디안 등 11개 치약에 대한 교환·환불을 진행했으나, 유해물질 사용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신은 높아졌고 이는 매출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생활 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잡음으로 가득 찼던 3차 면세대전, 진통 여전

내수 부진 속 유통업계 전반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면세사업의 경우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란 평가 속 요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추가 면세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제3차 면세대전’의 최종결과가 공개됐다. 사업권을 재획득한 롯데에 이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이 서울 강남에 신규 면세사업장을 열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 사업권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잠실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되찾으며 면세시장 최강자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신세계는 지난해 명동점에 이어 2번째 면세점을 강남 센트럴시티에 오픈하게 되며 면세시장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유통 빅3중 유일하게 면세점이 없던 현대백화점 또한 강남 요지에 신규 면세사업장을 가지게 됐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번 3차 면세사업자 선정 작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잡음으로 가득 찼으며 그에 따른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이번 관세청 결정으로 서울 시내에만 10개가 넘는 면세점이 등장, 업체 간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업체 간 과열경쟁 속 빠른 시일 내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면세사업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롯데타워 특허권을 재획득한 롯데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관련 사업권 재획득을 위해 최씨 측에게 70억원대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사업권 박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영란법 시행, 소비위축 우려에 유통업계 ‘고심’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도 업계를 뒤흔든 대형 악재였다.

전국 식당가와 농수산물 도매시장 등 민간 소비시장 전반에 김영란법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중소 상공인만 괴롭히는 악법’이란 평가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 김영란법은 위법 여부에 따른 불안심리 속 대중의 지갑을 굳게 걸어 잠갔다. 5만원 이하의 선물만을 허용한다는 규제로 인해 명절 특수가 이어져 온 농축산품 선물시장이 크게 축소되기도 했다.

선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소비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관련 산업의 경우 연간 2조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판도 변화…1인 가구 증가 ‘혼밥·혼술 열풍’

올 한해 유통가에는 1인 가구 수 증가에 따른 ‘혼밥·혼술족’ 열풍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수는 520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 수의 27.2%로 1인가구가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인 가구 확산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는 이들의 증가로 이어지며 식문화도 변화시켰다. 필요한 상품을 소량씩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선호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유통·제조업계는 이들을 공략하고자 소용량 제품과 가정간편식 개발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홀로 차분하게 연말을 보내겠다는 ‘나홀로 연말족(일명 혼말족)’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데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연말 모임 대신 조촐한 혼자만의 송년회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을 위한 다양한 1인 파티푸드 또한 나오고 있는 중이다.

 

편의점 업계 고속 성장, PB상품 인기몰이

편의점 업계의 성장세도 눈에 띄는 한해였다. 지난 2013년 1.2%에 불과했던 성장률은 2014년 4.7%, 2015년은 11.4%로 올랐고, 매출 역시 2013년 12조8000억원에서 2014년 13조8000억원, 2015년 17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편의점 시장 매출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 중이다.

24시간 영업과 편리한 접근성 등의 기존 강점과 더불어 1~2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락과 즉석커피 등 소포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편의점 업계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택배·금융 등 생활 편의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는 점도 편의점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과 즉석커피 등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PB상품을 강화했고 전체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규모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GS25의 경우 올해 2사분기 기준으로 담배 매출을 제외한 전체 매출에서 PB가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매출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한편, 공격적인 출점 경쟁이 편의점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점포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점주들은 너나할 것 없이 편의점 업계의 확장 경쟁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유통 빅3, 신규 출점·전문점 오픈에 승부수

내수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기존 매장 성장 둔화세는 올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대신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기존점 증축은 물론 부도심 및 교외 지역 아울렛 매장 출점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의 경우 공격적인 아웃렛 출점을 이어가며 올해만 가산점, 의정부점, 진주점을 신규 출점했다. 현대백화점도 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송도아울렛 등 2개점을 출점한 데 이어 내년에도 가든파이브 아웃렛을 출점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강남점을 시작으로 센텀시티를 증축했고, 이후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 신세계 김해점, 스타필드 하남, 대구 신세계를 열었다. 여기에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 입찰에 성공하며 스타필드 코엑스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대형매장 내 하나의 코너로 운영하던 매장을 별도에 떼어내 전문점화하며 소형 전문점 시대를 알리는 전략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서울의 핵심 도심 상권 가운데 한 곳인 홍대에 패션 전문점 ‘엘큐브’를 개점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간편가정식 브랜드 ‘피코크’를 결합한 ‘PK마켓’을 단독 매장으로 하남 스타필드에 선보였다. 이마트타운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경우 로드숍으로도 개점했다.

롯데마트 역시 주방용품 전문매장 ‘룸바이홈 키친’을 선보인 데 이어 유아동 전문매장인 ‘로로떼떼’도 오픈했다.

지난 8월에는 이마트가 자사 PB를 중심으로 한 노브랜드 단독 로드숍을 개점해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노브랜드 매장은 매장운영부터 인력까지 저비용 구조를 취하고 상품 가성비에만 초점을 맞췄다.

 

계란값 파동…장바구니 물가 줄줄이 인상

(사진=뉴시스)

연말에는 경기불황에 각종 악재까지 겹치며 장바구니 물가가 급상승했다. 가격 인상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라면가격이 인상됐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 달걀 값은 폭등했다.

가장 먼저 가격이 인상된 품목은 식음료였다. 지난 11월부터 맥주와 음료 가격이 인상되더니, 12월 들어서는 빵과 라면 등 생필품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업계 1위인 농심의 가격 인상 후 타 업체들 역시 조만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AI 여파로 달걀 값도 연일 급등 중이다. 산란계, 산란종계 등의 살 처분 조치에 계란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계란의 공급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 이 같은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필품 가격의 연이은 인상은 장바구니 물가 전반의 인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8월 0%대 상승률을 보였던 소비자물가지수는 9월 들어 3개월 이상 연속 1% 이상 올랐다. 또한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도 각각 1.1%, 1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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