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갑우(禹甲宇) 끝까지 뻔뻔, 운명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오후 청문회에 출석하여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조특위 2차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며 거취를 감춘 지 46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른바 '우병우 청문회'에는 그의 뻔뻔한 '모른다', '아니다'라는 답변과 청문 위원들이 호통소리만 가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치권을 강타하기 이전부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은 국민적 질타의 대상인 상태였다. 정치권은 우 전 수석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지만 우 전 수석은 이를 거부했고 당시 정부도 별다른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실제적인 청와대 실세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그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물탕이 될 거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검찰에 출두한 우 전 수석이 질문하는 여기자를 노려보는 장면은 그의 끝나지 않은 정치권 영향력을 대변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이 언제까지 뻣뻣한 자세를 취할지, 특검에서는 그의 혐의를 확실히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도한 국민피로, 주범은 우병우
禹,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한 수재
46일만 공식석상 모습 드러낸 禹
5차 청문회서 차원 다른 '모르쇠'

 

與野 의원 뿔났다, 우병우 그는 누구길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가비상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최순실 국조특위 제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난달 6일 검찰에 출두하며 모습을 드러낸 지 46일 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앞서 국조특위는 우 전 수석에 대해 제2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주소 불분명으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않았고, 지난 7일 청문회 당일 동행명령장도 발부했지만 역시나 제시에 성공하지 못했다.

동행명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4항에 따라 해당 증인에게 제시함으로써 집행할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법조인 출신으로 이런 법 조항을 교모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당 증인에게 직접 제시해야 집행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자취를 감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국회의 부름을 무시하는 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은 과연 누가 있을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의 부름이라고 생각해 출석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넥슨이 우 전 수석 처가의 부동산을 20억 원대의 손해를 보면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그에 대한 의혹은 아들의 병역 비리 등으로까지 점차 늘어났다.

쉽게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또 박근혜정부의 중요한 약점을 알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 전 수석에 대한 인물탐구에 관심이 주목된다.

먼저 우 수석은 서울대 법대 84학번으로 1987년 만 20세의 나이로 제29회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수재다. 우 수석은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앙수사1과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맡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대면 취조하며 독종 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 등 검찰 요직을 거치는 등 특수부 계통에서 근무해 검찰조직의 핵심 인물이다.

2014년 5월 우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부름을 받고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2015년 1월 인사개편에 따라 민정수석실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해 사정기관의 통제를 시작했다. 8개월 만에 승진한 우 수석은 또 '정윤회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리틀 김기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내 권력이 막강해져 정부 견제가 가능해졌다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자리로 검찰, 경찰 등을 사실상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는 자리로 잘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호위무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노무현정부의 민정수석에서 비서실장까지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우 수석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남다르다는 걸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이 최대한 사임을 미뤄왔던 이유에 대해 사정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정부 레임덕이 가시화될 거란 설명이 뒤따랐다.

(사진=뉴시스)

검찰 출두한 禹 기자 노려봐 구설수도

우 전 수석은 검찰 출두 당시 여기자를 노려본 장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2일 5차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이 이를 언급하며 '검찰 출석 당시 기자를 노려봤다. 왜 그랬나'고 질문하자 우 전 수석은 "노려봤다기 보다, 여기자 분이 갑자기 제 가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뭔가 굉장히 크게 질문했다. 그래서 기자들이 둘러싸인 상태에서 놀라서 내려봤다"고 해명했다.

이에 정 의원이 "레이저를 쏜 건데 대한민국 역사에서 검찰에 출두하면서 그렇게 레이저 쏜 사람 없다. 재벌도 대통령도 하물며 최순실도 그러지 않았다"고 질타하자 우 전 수석은 "갑자기 그래서 당황스러웠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 조사 당시 팔짱을 낀 자세에 대해서는 "15시간 이상 앉아서 조사를 받았는데 중간에 잠시 수사검사님이 자리를 비웠다. 앉아서 조사받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엔 일어서 있었던 것"이라며 "그날 몸이 안 좋아 열이 나고 오한이 났다. 일어서서 쉬면서 추웠기 때문에 팔짱을 낀 거다. 분명히 말하지만 수사 중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이 아직도 검찰을 장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수남 검찰청장은 우 전 수석의 '황제소환' 논란이 일자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을 강하게 질책해 수사 강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우 전 수석이 검찰조직 내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TK(대구·경북) 지역 출신으로 당시 실세였던 친박세력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는 검찰의 권위와 신뢰가 떨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은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피고발인이 아니라 검찰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온 상관의 모습이었다"라고 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소회를 묻는 기자에게 눈을 부라리던 우 전 수석이 정작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활짝 웃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 수석이 그런 모습을 보이도록 만든 검찰도 문제"라며 "검찰이 도대체 어떤 기관인가. 검사들이 그 앞에서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였기에 우 전 수석이 이렇게 방약무인한 모습을 보였다는 말인지 개탄스럽다"고 검찰조직을 향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다시 한 번 검찰의 굴종적인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물러난 권력 앞에서조차 굽실거리는 비굴한 검찰이 도대체 어떤 수사인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변인은 "검찰이 우 전 수석 변명대로 면죄부를 주는 하나마나한 수사결과를 내놓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며 "검찰은 개인 의혹들만이 아니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여한 점은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엄격한 사회정의의 실현과 부패와 비리에 맞선 정의의 검찰로 다시 국민에게 돌아올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더 이상 권력 앞에 굴종적인 모습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출석해 국조특위 위원 중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가장 믿음직스러워서 최순실과 삼성 관련 자료를 넘겼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면피 우병우 '모른다', '아니다'...운명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국조특위의 부름을 피하다 결국 22일 제5차 청문회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한 듯 작정하고 청문회 초반부터 '모르쇠' 전략을 펼쳤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총 18명의 증인을 출석 요구했지만 우 전 수석과 조여옥 전 대통령 간호장교 등 단 2명만 출석해 사실상 '우병우 청문회'가 이뤄졌다.

최연소로 사시를 패스할 만큼 영특한 두뇌를 가진 우 전 수석은 법조인 출신답게 필요한 답변만 할 뿐 대부분 '모른다', '아니다'라며 입장을 일관했다.

특히나 최순실·차은택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해 이날 특위 위원들의 집중 추긍과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직 청와대 행정관의 제보를 공개했고,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관련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그의 대답은 '모른다'였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이건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정확한 제보 내용"이라며 우 전 수석과 차은택씨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이를 공개했다.

장 의원은 "차씨가 이끌던 회사의 일감수주 문제, KT, 현대차, 포스코 문제 등 차씨를 눈여겨 본 민정수석실이 이를 포착하면서 당시 행정관이 차씨의 비위 문제를 구체적으로 발견됐지만 조사자료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차은택 내사 문제 때문에 우 수석이 안종범 수석과 긴장관계를 나타냈다"고 주장했지만 우 전 수석은 "그렇지않다"며 관력 의혹을 부정했다.

장 의원은 "이런 내용을 청와대 행정관이 (저에게) 증언해 준 것이다. 다시 묻는다. 차은택 비리를 내사 안했나"라고 압박했지만 우 전 수석은 "내사한 적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장 의원은 이에 "그러면 우 수석 부하가 거짓말했다는 말이냐"고 물었고, 우 전 수석은 "그 부분은 모르겠다"고 모르쇠 반응을 보였다.

또 김 의원은 우 전 수석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가 운영하는 기흥CC 골프장 소속 종업원들이 음성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순실씨가 김씨와의 친분으로 우 전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추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골프장 종업원은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준 거? 최순실이 옴과 동시에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갔다"며 "김장자 회장이 그랬어, 최순실이 '난 여기 기흥만 오면 소풍 오는 기분'이라고,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종업원은 "그 여자가 (운영하는) 업체는 (실 만드는 회사고), 사장이거든"이라며 "최순실은 '이영희'로 왔거든. 컴퓨터에 입력 전에 다른 이름을 넣으니까 최순실 이름이 이영희로 들어간다. 우병우는 최순실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순실은 기흥CC에 평균 2주에 한 번 꼴로 방문했고, 김장자 회장은 최순실만 오면 버선발로 뛰어가 즐겁게 맞았다"며 "그런 인연으로 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으로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은 우 전 수석과 최순실, 문고리 3인방 등 이런 사람들이 다 한 패거리를 이뤘고, (모두) 이번 최순실 사태, 국정농단의 주범이라고 추정되는 상황이다"면서 "이게 사실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저는 이런 이야기(녹취록)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음성이 변조돼 있고, 무슨 2주에 한 번 와서 버선발로 맞았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제 전임 민정비서관은 검찰 4년 후배다. 4년 후배가 1년 이상 근무한 자리에 가는 게, 그게 무슨 영전이겠느냐"며 "저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제안해 워낙 어려운 제안이라 승낙은 했지만 (후배보다) 4년, 5년 뒤에 후배 뒷자리로 가는 게 맞느냐, 동기들이 검사장 된지 1년 반이 됐는데 1급비서관으로 가는 게 맞느냐를 놓고 사실 나름대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은 "인사 청탁으로 인한 발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된다)"고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우 전 수석이 '모르쇠'로 일관해 특위 위원들은 호통만 치는 데 그쳤다는 혹평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차은택과 우 전 수석의 관계를 입증하는 발언을 해 우 전 수석의 주장이 위증임을 증언했다.

노 전 부장은 "진실은 국민이 안다. 이 얘기를 하면 너무 파장이 클 것 같아서"라며 "저도 들은 내용이다. 차은택의 법조 조력자가 김기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김기동을 누가 소개시켜줬느냐. 우병우 수석이 소개시켜줬다고 저는 그렇게 들었다. 들은 내용이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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