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기록으로 본 병신년(丙申年) 정치史>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남겨 놓지 않고 있던 올해 그동안 감춰왔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의 어두운 고리가 드러나면서 분노한 시민의 의지는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뒤덮었다. 결국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심판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함과 동시에 앞으로 운명을 판가름할 중요한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유난히 고단했던 올 한해 정치권 이야기를 <뉴스포스트>가 기록해왔던 기사를 통해 되짚어 봤다.

<안철수신당 ‘국민의당’ 출격 ‘제1야당 넘봐’(1월 10일, 455호)>

“안철수 신당’ 바람이 무섭다. 4월 총선이 4개월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속속 이탈하며 합류하고, 거물급 인재들을 영입하는 등 세 확산에 기염을 토하고 있다”

4.13총선이 있었던 2016년. 첫달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뉴스는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탄이었던 국민의당의 탄생이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둘러싸고 친노·비노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이탈,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한 국민의당이 모습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 비노계 수장인 김한길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합류가 이어지며 신당창당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던 시점이다. 그러나 인사검증시스템의 미비로 초기 부적절한 안보 분야 인사들을 입당시켰다 곧바로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잡음이 일었다. 또 전국구 정당을 지향하면서 아직까지 입당인사 면면은 호남인사로 치중하는 등 풀어야할 숙제와 한계도 드러내고 있었지만 안철수라는 브랜드가 가진 잠재력에 대한 기대도 높았던 시기. 국민의당은 2월 2일 공식 창당했다.

<대테러방지법 단초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2월 28일, 461호)>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일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9일만에 막을 내렸다.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서 시작 돼 총 192시간 30여분동안 계속됐다.

첫날 더민주 김광진 의원부터 마지막 토론자였던 이 원내대표까지 야 3당에서 총 39명의 의원이 발언대를 거쳐 가면서 비공천 정치 스타들이 양산되기도 했다.

결국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9일만에 종료,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더 이상 미룰수 없었던 선거구 획정안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중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사진=뉴시스)

<4·13총선 '여소야대' 최대 이변(4월 17일, 468호)>

“새누리당의 예상치 못한 대참패 시나리오로 4·13 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정당의 자리를 꿰찼고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며 제3정당으로 우뚝 섰다”

4월의 정치권은 20대 총선결과가 모든 이슈를 뒤덮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이변’이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새누리당의 대참패로 막을 내렸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형성됐다. 김무성 전 대표의 ‘옥쇄파동’까지 벌어지는 등 공천 심사 과정에서 보여준 최악의 시나리오로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한 새누리당은 122석을 차지해 123석을 따낸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1당을 내어주며 엄중한 민중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 국민의당이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의석수 38개를 확보하며 16년 만의 3당 구도를 형성했다. 새누리의 총선 패인으로 정부는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반기문 대망론 정치론 요동(5월 29일, 474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망론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이 방한 후 제주포럼에서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 폭발력이 붙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반 총장의 반응에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여소야대 결과를 빚어낸 총선 이후 다시 화두에 올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월 25일 방한 일정 중 제주포럼에서 “내년 1월1일이 되면 이제 한국사람이 되니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라는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반기문 총장의 사실상 대권선언’ 보도는 올해 12월에 또 다시 재현됐다.

<꼬리무는 ‘우병우 의혹’ 일파만파(7월 24일, 480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동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며 현 정권의 부담이 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정작 본인은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에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본격적으로 의혹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당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과 연루된 법조비리가 세간의 이목을 받으면서 그 파장이 우 전 민정수석까지 덥쳤다. 우 수석은 서울대학 동기인 김정주 넥슨 대표와의 연관설 등 각종 부동산 의혹과 친인척에 얽힌 비위 의혹까지, 그리고 박근혜 정권 사정 장악의 핵심인물로 본격 등장하며 야권의 집중적인 퇴진 요구를 받게 된다.

<‘대선 전초전’ 여야 본격 힘싸움(9월 25일, 484호)>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개원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대선을 앞둔 여야의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공방전은 대정부질문에서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중략)최근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으로 야권은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9월 시작된 20대 국정감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고 새로운 대선 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당시 국정감사는 사실상 차기 대권을 위한 이회 주도권 싸움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국감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최순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통령 비자금으로까지 의혹이 증폭되기 시작한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을 실시하는 등 파행국감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與野 '색깔론' 전쟁, 대선 전초전 가시화(10월 23일, 486호)>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한 여권의 공세가 치열하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야권의 집중 공세로 치닫고 있던 와중에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의 등장으로 여야는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전환됐다”

여소야대 정국 첫 국정감사는 거대 야권이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 등으로 집중 공세를 펼치자 새누리당이 집단 보이콧 시위를 벌이며 버텼다. 몰아치는 야권에 새누리당은 반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국감이 끝나갈 무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송 전 장관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에 앞서 북한에 의사를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내용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공격 무기로 활용됐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종북 프레임’으로 여야가 대선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우병우·최순실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략적 ‘종북몰이’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朴대통령, 국정 장악력 '상실'…남은 임기 어쩌나(10월 31일, 487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청와대 내부 문서에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국은 더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25일 취임 이후 첫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장시간 지속되는 등 정권은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10월 말부터 정치권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간다. 의혹만 난무하던 비선실세 최순실의 실체를 증명한 테블릿PC의 존재가 JTBC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정농단 사태의 서막이 열린다. 테블릿PC의 존재가 밝혀지기 바로 직전 박 대통령이 국회에 던졌던 ‘개헌카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정국은 빠르게 대통령의 거취문제로 옮겨졌다.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가 있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박대통령 탄핵안 가결, 헌정사상 두 번째(12월 11일, 490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234표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9일 본회의가 열리는 오후 3시까지 국회 안팎의 분위기는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하고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인사 개입 등 국정 전반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나 국가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은 주저앉는 것 대신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전국 곳곳의 거리로 나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외침은 탄핵 요구로 이어졌고 주저하던 국회를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12월 31일 또 다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