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비정규직 불법파견'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지엠이 차별대우 논란으로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근무환경과 관련,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난방차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비정규직 직원들은 온풍기 배관도 없는 작업장에서 영하이 날씨에 무방비로 노출돼 일하는 등 전근대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추위를 막기위헤 비닐 천막을 설치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 / 사진=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우리 소관 아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가 자사 공장 작업장의 비정규직 난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난방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27일 밝혔다.

노조는 차체 보급장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작업장의 실내 온도 차이가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작업장은 바깥온도와 상관없이 따듯한 실내 온도가 유지됐다. 문이 자동개폐돼 온도 유실이 적고 벽은 보온단열재로 마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작업장인 간이건물에는 비닐천막이 바람만 막아줄 뿐 난방시설은 1인용 전기 열풍기 몇 개가 전부였다.

다른 작업장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규직 작업장은 곳곳에서 온풍기 배관을 따라 열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비정규직 작업장은 온풍기 배관이 연결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정규직이 쓰고 남은 열기가 새어 나와 비정규 작업장에 흘러가는 수준이었다는 것이 지부 측 설명이다.

실제로 작업장 온도는 평균 5도 이상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 작업장의 온도가 18~20도라면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정의 온도는 11~15도였다.

한국지엠지부는 관계자는 "한국지엠에서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는 한국지엠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은 정규직의 노동력으로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초과 착취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인권의 문제"라며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엠 측이 직접 고용한 직원들이 아니니 관리 또한 한국지엠 소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가 조사한 작업장은 한국지엠이 협력업체에게 장소를 임대해준 곳으로, 이에 대한 관리 책임 또한 협력업체에게 있다는 것.

협력업체의 관리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근무환경 실태 또한 조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필요할 경우 해당 협력업체와 협의를 진행해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 "불법파견 인정해라"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업무의 독립성 강조한 한국지엠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지엠지부는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지엠의 공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한다"며 "한국지엠은 정규직의 노동력으로만 정상적으로 회사가 돌아간다고 호도하려 들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례로 얼마전 창원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일부가 6시간동안 파업을 하자 정규직 공정을 비롯 공장 전체의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며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 채용 면접장에 본사 노무팀 직원이 직접 오기도 했는데 하청업체 채용에 한국지엠 관리자가 왜 오느냐"며 "이는 한국지엠이 비적유직 신규채용에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한국지엠은 경남 창원공장 하청업체 4개사 비정규직을 해고해 논란을 샀다. 이 과정에서 '불법파견' 문제도 불거져 나왔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하청업체 재선정 과정에서 비정규직 36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한국지엠 측은 하청업체가 해고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고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직원들은 투쟁을 계속하며 맞섰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천막농성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지엠도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창원공장을 임시로 휴업하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엘 대법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 형태를 '파견근로'로 봐야 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직접생산 공정이든 간접생산 공정이든 하청 노동자 사용은 원청인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 노동자 5명은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했을 때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나머지 한국지엠 하청업체 직원들도 정규직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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