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얼굴인 허창수 회장과 안살림을 책임지던 이승철 부회장이 동반 사퇴한다. 이들의 사임이 회원사들의 '탈퇴 도미노' 현상과 전경련 해체론에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허창수 회장의 후임 인선이 불투명해 전경련이 준비 중인 쇄신안 일정에 차질이 생길것이란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허창수 전경현 회장이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사임한다. 이승철 부회장도 동반 사임한다.

전경련은 28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 명의로 회원사에 사임를 표명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한 공식 사과의 뜻도 함께 전했다.

허창수 회장은 서신에서 “전경련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회원 여러분께 많은 심려와 걱정을 끼쳤다.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전경련은 빠른 시일 안에 회원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오는 정기총회까지 여러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회장직을 물러날 것이며 전경련을 이끌 새로운 회장을 모시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허창수 회장은 “회원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전경련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전경련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후임 인사 불투명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이 동반 사임 표명이 전경련 해체론에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전날 LG그룹과 KT가 전경련 탈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사임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사임이 전경련 회원사들의 탈퇴 도미노 현상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련은 예산 대부분을 10대 대기업 회비에 의존하는 구조다. 연간 600여 회원사로부터 회비 400억원가량을 받는데 이 중 대부분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서 나온다. 때문에 대기업들의 줄이은 탈퇴와 허창수 회장의 사임 발표로 향후 존폐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

재계의 큰 어른 격인 허창수 회장이 눈치를 보며 탈퇴 고민을 거듭하던 회원사들도 의사결정이 훨씬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의 동반 사임을 두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넘어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아무 대안 없이 사퇴하는 것은 논란을 살 여지가 있다.

전경련 의사 결정 체계의 핵심 인사 2명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전경련 개혁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경련은 새로운 지도부를 조속히 갖추고 본격적인 개혁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후임 인선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전경련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수장으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명예직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의 얼굴로 지목되기에 각종 논란이 일때마다 비난여론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허창수 회장이 2011년부터 전경련을 6년간 이끌어 온 것은 후임을 맡을 수장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허창수 회장은 두 차례 연임한 이후 3연임은 불가하다며 수차례 고사한바 있다.

정부가 전경련 해산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가운데 전경련의 존폐 기로는 내년 정기총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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