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한 해가 가고 있다. 연말임에도 예년 같은 떠뜰석함은 없다. 대한민국은 진통 중이다.

2016년의 마지막, 31일 대규모 촛불집회로 전국에서 가장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광화문 광장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울 것이지만 들썩임보다는 엄숙함이 더 어울리는 자리다.

촛불로 밝혀진 대한민국은 온통 싸움판이다.

국회는 4개의 원내교섭단체 5개의 당으로 분화해 갈등의 진영도 확장됐다. 청와대에서 불어온 최순실 광풍과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된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당 대 당 신경전이 그어느때 보다 치열하다.

반으로 갈라진 새누리당은 또 핵심친박의 자진탈당을 두고 내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공방전도 거세지고 있고 사실상 유일한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입국 전부터 금품수수 의혹 등 검증 공세도 거칠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청와대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를 파헤치겠다고 나선 특별검사와의 싸움. 그리고 탄핵을 심판할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질 국회와 청와대 양측의 법정싸움도 진행 중이다.

싸움, 또는 갈등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 씌워져 있다. 싸움은 하지 말아야하고 갈등은 해소되야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싫다고 해서 외면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기도하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비극은 싸움과 갈등을 피하고 외면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랬동안 대통령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을 들춰내기보다는 묻어두거나 시선을 돌려온 댓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늦게나마 더 깊은 비극의 진행을 멈추게 한 것은 도리어 국민들이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나서 벌인 싸움이었다.

누군가는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합과 통합의 길을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과 잘잘 못을 가리지 않은 채 형식적, 물리적으로 이뤄지는 화합과 통합은 또 다른 고통을 낳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병이 나으려면 아픈곳을 도려내야하고 이에따른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불편해도 고통스러워도 싸움을 피하지 말아야할 때다. 우리가 가졌던 문제점을 알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년에도 싸움은 더 치열하게 벌어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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