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전대표 무죄, 신현우 전대표 7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대표 금고 4년 구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참관한 피해자 임성준군의 어머니 권미애씨가 울먹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지만 형식적 단죄에 그쳐 향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법 개정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6일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대표에게 금고 4년을 각각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5천만 원을 선고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도 징역 7년을, 업체엔 벌금 1억5천만 원을 선고했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겐 금고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유해 독성화학물질을 주 성분으로 한 (‘옥시싹싹가습기당번’ 등)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흡입독성 반응과 원인 미상 폐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 등 극심한 고통을 받다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면서 "피해자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어린아이들인 점을 지적하며 "그 부모들은 사상의 결과가 결코 본인들 잘못이 아님에도 살균제를 구매, 사용해 가족을 사상케 했다고 자책하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살균제 출시 전이나 이후라도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 발생이나 확대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성 검증을 경시해 결코 회복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재판부는 그러나 존 리 전 대표의 주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할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있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31일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 미상 폐 손상의 원인으로 추정한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공론화된 지 5년 5개월여 만의 일로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화학물질이 폐 손상을 유발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음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검찰이 집계한 옥시제품의 피해자만 177명(사망자 70명)을 넘는 대형 사건이었음에도 불구,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이 징역 7년에 불과해 법조계에서는 형사 처분에 이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기업의 불법성이 심각할 경우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책임을 가중토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준승 변호사는 “사건의 규모에 비해 그 처벌은 너무나 빈약하다”면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도 6일 ‘유례없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벌어져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나라’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선고형량이 말도 안 되게 낮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성토, 향후 논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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