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유기 사건 매년증가, '남몰래 출산' 비정한 엄마의 속사정

갈수록 끔찍해지는 유기 범죄 행태

영아·미혼모 위한 사회복지시설 태부족

미혼모 인식 개선시급, 여성만 책임·처벌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 청주 청원경찰서는 병원에서 미숙아를 출산한 뒤 신생아 치료를 받는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영아 유기)로 이모(25·여)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청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남자아이를 출산, 치료받는 아이를 놔둔 채 40여일 뒤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치료비가 없었다”며 “돈을 벌어 아이를 다시 찾아오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이씨는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버리고 달아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0대 시절에도 두 차례 출산 경험이 있었으나 당시는 친부가 데려가거나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위탁기관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후 아이를 책임지지 않고 유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영아 유기 사건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아를 유기하는 행위는 명확히 아동학대와 범죄이다. 하지만 젊은 미혼모에게만 비난을 쏟아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미혼모와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결여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혼모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속에 아이들이 계속해서 벌여지고 있지만 미혼모와 아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영아 유기를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매년 증가하는 영아 유기 사건, 아동전문기관 도움 되나

최근 발생한 영아 유기 사건과 관련해 매년 같은 문제가 증가 발생하고 있다. 영아 유기는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발생되고 있다. 또한 크게 문제로 인식 되고 있지 않아 한 번 이상 영아 유기를 한 경우도 드러나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출산한 아이 3명을 연달아 유기한 미혼모 B(25·여)씨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미혼모 B씨는 지난해 1월 대구 한 병원에서 남자친구의 여자아이를 출산 한 뒤 아이를 남겨두고 달아났다. 그는 2013년 부산 산부인과에서 바텐더 일을 하다가 만난 남성의 남자아이를 출산 한 뒤 달아났고, 2014년에는 경기 수원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자취를 감춘 전력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번 유기를 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영아 유기 사건은 2011∼2015년까지 608건이며, 2016년에는 109건이 발생해 31명이 검거됐다고 5일 밝혔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영아유기범죄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 2014년 76건, 2015년 42건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영아는 총 278명으로 2011년 37명에 비해 무려 7.5배 급증한 수치로 나타났다.

피붙이를 모질게 내치는 산모들 대부분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뒤 뒷감당을 할 수 없는 10~2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지난 2일에는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를 몰래 낳아 8일간 욕실과 소화전에 숨긴 여고생이 사체 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이 여고생은 임신 사실을 몰랐다가 집 화장실에서 출산했으나 아기가 숨지자 겁이나 신고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가족에게 알린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가족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숨기다 남몰래 출산했으나 양육할 능력이나 처지가 되지 않자 출생한 신생아를 두고 떠나거나 태어나자마자 숨진 아이를 몰래 버리는 영아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 아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한 범죄”며 “아기를 키우기 곤란한 상황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버려진 영아들이 갈 곳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보통 아이들은 고아원이나 보육시설로 많이 보내지는데, 이제 갓 태어난 영아들은 1:1 이나 1:2로 계속해서 살펴보아야하기 때문에 시설에서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윤용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 상담사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영아는 버려졌을 때 보육원이나 고아원에 들어가기 힘들다. 영아는 인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인력이 많은 시설이 필요한데 그런 곳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보통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하고 상황이 된다면 키우도록 요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가 불행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시설을 생각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영아 유기 방지 위한 시스템 구멍

제 자식을 버리는 이들에게 “비정하다”며 손가락질할 수는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영아유기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병원에서 미숙아를 출산한 뒤 신생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혐의(영아 유기)로 A(20·여)씨가 입건됐다. A씨는 경찰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아이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미혼모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되어있지 않아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발생됐다.

엄마 젖에 입도 대지 못한 갓 태어난 아기들이 차디찬 도로변, 음식물 수거함 등에 버려지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경우라면 그나마 낫다.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설치한 베이비박스는 최소한 아기의 안전은 보장하기 때문이다.

‘베이비 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처지의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중세시대 때 교회에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오늘날 베이비 박스로 전해져 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부터 베이비 박스가 등장했는데, 베이비 박스에 놓여진 아기는 보통 양육권 포기각서가 없어서 입양을 못 하는 탓에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월 30일 아이를 버리지 않고 정상적 입양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마련됐다. 개정안은 아이를 입양 보낸 친부모의 기록이 노출되지 않는 ‘일반증명서’와 기록이 남는 ‘상세증명서’로 구분했다.

이렇게 되면 입양의뢰 자녀나 혼외자녀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일반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이런 정보가 제외됐다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입양 보낸 아이가 입양되지 않거나 파양되더라도 친생부모의 신분증명서에는 아이에 관한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 결혼을 앞둔 과거의 미혼모에게 상대방이 상세증명서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빈틈을 보여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녀를 출산한 뒤 큰 고민 없이 미혼모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아기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경우 대부분은 가족에게조차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인데, 이들이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콜센터 등 채널 장치가 필요하다. 장수정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통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을 앞둔 당사자가 지역사회 등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일일이 정보를 찾게 된다”며 “국가나 사회기관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공격적’으로 전환해 이들이 어디서든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범죄신고가 112로 통일돼있듯 아기 엄마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적 지원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사회 인식의 변화는 더딘 편이다.

이에 최형숙 대표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인식 개선을 위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모에 대한 새로운 정의도 필요하고, 미혼모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영아유기 왜 여성만 처벌받나

한편, 일각에서는 영유아 문제에 대해 미혼모에게만 일방적 책임이 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양육의 문제 뿐 아니라 영유아 유기 범죄에 대한 처벌 또한 미혼모에게만 떠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매번 발생하는 영아 유기 사건에서 아이의 아빠인 남성은 유기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매번 여성만 유기죄로 처벌을 받고 있었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은 유기·살해 죄로 벌을 받는데 남성들은 직접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었다.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미혼모들이 영아 유기 혐의로 입건된 사건과 관련해 사전 예방과 사후 책임의 차원에서 남성도 함께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정부는 비양육 부모에게 경제적 책임을 묻기 위해 양육비 청구를 돕고 있다. 그러나 영아를 유기했을 때 미혼모만 처벌을 받는다. 여성과 아이를 방치한 남자도 유기·살해를 같이 한 거나 마찬가지임으로 처벌 받아야한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아이를 낳은 것도 여성이고, 유기를 시킨 것도 여자이기 때문에 남성이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개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혼모 지원 정책도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미혼모 정책이 미혼모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온전히 아이를 위한 지원이다. 아이가 크면서 필요한 지원들을 해주는 것인데 다들 미혼모를 위한 지원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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