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사상 첫 신선 계란 수입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수입 계란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입산 계란의 가격이 한 판(30알)에 1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식품의 안전성 등을 고려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뉴시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에 따르면 이번 주말 안으로 미국산 계란 164만개가 항공기를 통해 수입될 예정이다. 국내 유통업체 1곳이 이미 지난주 미국 현지 업체와 신선 계란 수입계약을 했고, 전날 미국·스페인과 계란 수입을 위한 모든 검역·위생 절차 협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주 안에 계란이 항공기를 통해 주말 쯤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 식품 수입시 검역 절차 증으로 며칠 정도가 소요되긴 하지만 설 명절 전에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계란보다 가격 낮게 책정될까?

농식품부가 책정한 미국 수입 계란 소매가격은 개당 316원이다. 미국 현지 업체 견적 금액을 바탕으로 미국 내 운송비, 수입 계란의 원가(개당 184원),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 국내유통비(도매→소매 56원)를 더한 값이다.

다만 민간 업체 간 수입 계약 과정에서 가격 협상이 진행될 경우 290원대로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수입 계란을 들여오는 국내 수입업체는 개당 120원대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20원대로 들어오는 수입계란은 최종 소매가격이 250대까지 낮아질 수 있어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계란(특란 기준)의 평균 소매가격은 9일 기준 304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수입산 계란의 판매 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계란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오히려 더 비싸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계란이 신선식품이라는 점에서 냉장 보관 등 운송방법에 따른 운송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주요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계란이 국내에서 개당 300원 안팎의 가격으로 형성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수입산 제품을 취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30개 들이 계란 판매가가 1만원을 훌쩍 넘어선 동네 슈퍼마켓 등 소형 소매점의 경우에는 미국산 계란이 나쁘지 않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계란, 과연 안전할까?

가격 외에도 신선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선 계란의 경우 AI가 발생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에서만 수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이다.

이런 이유로 운송 거리·검역·위생검사 기간 등을 따졌을 때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계란의 유통기한이 짧아져 식품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농식품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수입된 신선 계란 물량은 검역관을 통해 컨테이너 파손 여부, 온도기록장치, 부패 여부 등을 확인받는다. 이 과정에서 깨지거나 변색되는 등 문제가 있는 계란이 발견되면 이 계란이 실린 컨테이너 물량 전체가 불합격 처리 된다. 정도에 따라 수입 물량 전체가 불합격되기도 한다.

이런 수입 과정은 8일 정도가 걸리고, 운송기간 3~4일을 고려하면 미국 농가에서 출하해 국내 시중 대형마트에 풀리기까지 최소 11일이 소요된다. 통상적으로 실온상태의 계란 유통기한이 산란된 날짜부터 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계란 유통기한은 19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당국은 콜드체인(냉동·냉장에 의한 신선 식료품의 유통방식)으로 수입될 경우 유통기한이 최대 45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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