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수도이전에 대한 논란은 역사시대부터 꾸준히 있어왔으며 실제로 수도를 이전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는 건국시기에 졸본성이 수도였으나 유리왕때 국내성으로 옮긴 후 장수왕때에는 평양성으로 수도를 천도했다.

400여년 정도 고구려 수도기능을 담당한 국내성을 버리고 평양으로 천도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설이 있으나 국내성 위치가 압록강 중류로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방어에는 천혜의 요새이지만 한 나라의 수도로서는 한계가 있어서 활발한 교역과 풍부한 물산이 보장되어 동북아지역 허브역할을 할수 있는 평양으로 천도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아울러 귀족들의 세력기반을 약화시키고 왕실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백제의 경우에도 처음 수도였던 위례성(현 서울)에서 웅진성(공주)으로 천도한 뒤 사비성(현 부여)으로 수도를 옮겼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백제가 천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고구려의 압박 때문이다. 위례성을 고구려에 빼앗기면서 개로왕이 전사하고 수도마저 함락당해 남쪽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이유로 웅진성과 사비성에 수도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사실 한 국가의 중심도시를 옮긴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다. 수도는 정치 경제 문화적 중심지이다. 그러다보니 수도는 지배계층 즉, 기득권세력의 중심지로 수도이전이 현실화되면 이들 세력의 기반이 약화되고 신흥 세력이 부상하게 된다. 때문에 기득권 세력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려시대 묘청(妙淸)의 서경(평양)천도론이 실패한 원인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개경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려 인종때 서경천도론이 대두된 것은 왕권의 쇠퇴와 이자겸의 난 등으로 인한 사회혼란, 요와 송을 대신한 금나라의 강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 서경천도론은 묘청 이전에도 있었다. 특히 혜종의 뒤를 이은 정종은 서경을 기반으로 한 왕식렴(王式廉) 세력의 도움으로 왕규(王規)를 진압하고 왕위에 올랐는데 이 같은 영향에서인지 서경에 왕성을 쌓고 개경의 민호(民戶)로 서경을 채우는 등 서경천도를 시도했으나 개경 세력의 반발과 백성의 원성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고려 국왕들은 꾸준히 서경 천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묘청의 서경천도론은 풍수지리설과 도참사상에 입각하여 개경의 지력이 쇠하여 왕성을 평양으로 옮겨야 왕실과 국가가 융성해진다는 이른바 ‘지덕쇠왕설(地德衰旺說)’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 고려를 압박하고 있는 금나라를 정벌해야 한다는 금국정벌론과 왕성 이전을 계기로 칭제하자는 칭제건원론(稱帝建元論: 황제라 칭하고 독자 연호를 사용하자는 주장)을 더해 수도 이전의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묘청의 이 같은 서경천도론은 김부식(金富軾)을 비롯한 개경 기득권 세력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고 이에 묘청은 인종 13년(1135) 정월, 국호를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라 하고 서경을 거점으로 반란을 일으켰으나 1년 만에 진압되었다. 이 사건 이후 김부식을 위시한 개경의 문신귀족들은 정권을 독식하고 무신을 홀대하는 풍조로 이어져 결국 무신정변이 발발하는 원인이 된다.

묘청의 서경천도 실패에서 보는 것처럼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수도이전에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며 서울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집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집중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였고 세종시로 행정기능 일부를 옮겼다.

최근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책연대를 통해 수도이전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이미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명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해 8월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도이전을 주장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수도이전에 긍정적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수도이전론이 13년 만에 다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사실 2012년 7월 행정복합도시로 출범한 세종시는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 등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수면아래 묻혀왔었다.

하지만 수도이전은 당리당략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나라의 미래를 보고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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