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영화 '비열한 거리'는 조폭들의 어두운 세계를 배경으로 해 그들의 배신과 성공을 다뤄 절정의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비열한 거리’에서 조직의 보스를 꿈꾸던 병두는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민호와 오랜만에 재회하며 영화를 그려나간다. 조폭소재의 영화로 대박을 원했던 민호는 조직생활을 하고 있던 병두에게 의도적으로 나타나 인연을 시작한다.

병두의 생활을 바로 옆에서 면밀히 관찰하던 민호는 드디어 현실감있는 영화를 탄생시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성공한 영화감독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병두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현직검사의 암살사건을 영화소재로 사용한 민호는 병두의 패거리로부터 생명을 담보로한 겁박을 받기 시작한다. 민호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말라는 부하들의 미행과 살해협박 등에 시달려야 했다.

조폭들의 조직세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어둠, 미행, 암살 등이 하루저녁에 일어나는 신(scene )이다.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가 사망한 사건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핵심인물 주변에 흉흉한 미행설이 나돌고 있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박 회장 비서의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지만 갑자기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그의 사망에 대한 각종 의혹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갑작스럽게 자택에서 숨졌고,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주 씨 사망 취재 가는 길에 우리 가족이 걸어가는 인도로 차가 돌진해 큰 사고 날 뻔했다"며 "차는 폐차 지경에 이를 정도로 파손했다. 오르막길이었는데 부주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박 회장의 비서가 사망한 당일 본인의 일화를 공개했다.

주 기자는 페이스북에 "저는 절대 자살하지 않습니다. 김총수(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도 1일 자신이 트위터에 "박 씨 집안 의문사를 취재하고 있는 입장에서 밝혀둔다"며 "저는 자살을 배격하는 기독교인이며, 급사할 만한 어떠한 지병도 가지지 않은 건강한 가장이다"라고 '자살하지 않겠다'는 식의 말을 남겼다.

이들은 왜 이렇게 '자살하지 않겠다'고 자진해서 글을 남겼을까. 혹시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본인의 의지를 미리 표명해 논 것이다. 현재 신변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마지막 청문회가 열린 9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또 카키색 코트를 입고 왔다.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고발자 역할을 톡톡히 보여주며 소신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코트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들은 노 전 부장이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낄만한 경험담을 털어놓은 데 대해 카키색 코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언론에 등장해 조금 더 자신의 모습을 알려 스스로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정체모를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뒤 정확에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한 일들이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이들은 '셀프보호'를 자처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등장하는 것 같아 걱정은 배로 커지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어둠의 세계르 그린 영화 속 장면이라지만, 정말 현실에서 만날 자신이 없다.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은 그렇게까지 암흑세계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