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보험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삼성생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안 줘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금융당국이 강력제재를 예고하자 보험사 모두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보험사들이 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삼성생명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홀로 버티는 삼성생명의 모습이 상황을 지켜보려는 '꼼수'로 비춰지면서 정작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교보, 자살보험금 20%만 지급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5월이다. 가입자가 자살해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시효가 지냈다며 버티던 보험사들에 대해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신한·하나·DGB·메트라이프·흥국·PCA생명 등 중소형사는 바로 백기를 들며 논란을 털어냈으며, ING생명도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837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남은 보험사는 '빅3' 생보사와 알리안츠생명이었다. 금감원은 버티기를 일삼은 이들 보험사에게 한단계 높은 제재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괘씸죄를 적용해 일부 정지와 인허가 취소(이상 기관제재), CEO(최고경영자) 문책경고와 해임권고(이상 임직원 제재) 등의 초강수를 뒀다.

가장 먼저 지난달 알리안츠생명이 자살보험금 137억원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며 백기를 들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결국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각자의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한 상태다.

한화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1050억원 중 20% 미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한화생명과 달리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로금'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1134억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중 18% 수준인 200억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전달한다. 교보생명의 경우 외국계 자본과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에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보험사의 지급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미지급금의 2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금감원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험업법이 개정된 2011년 이후의 청구사례에 대해서만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강력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보험사는 대법원에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났는데도 이를 전액 지급하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급 규모도 많고 주주가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반면 시민단체들은 '배임' 문제와 관련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 다고 반박했다.

박현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배임을 주장하는데 배임은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 보험금을 지급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자살보험금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버티기 '빈축'

유일하게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삼성생명이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1608억 원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 추가의견서 제출을 앞두고 지급 명목과 지급 규모에 대해 논의 중이다. 업계는 이번 주 안에 관련 내용을 제출할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생명의 결정이 관심이 쏠리는 만큼 부담도 작용한다.

삼성생명이 미지급금의 20%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하면 20%이하 지급을 결정한 두 보험사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반대로 두 회사보다 적은 비율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 마지막까지 '눈치용 시간끌기'만 했다는 측면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다가 두 회사의 지급 명목이 각각 위로금과 보험금으로 갈린 상황에서 지급해야 할 돈의 성격도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도 두 회사와 크케 다르지 않은 선에서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결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들이 많아 결정이 늦어지는 것 뿐이다"라며 "아직 보험금 규모나 명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한 검토를 통해 조만간 금감원에 추가의견서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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