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반기문 제9대 유엔(UN)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오는 12일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시점에 맞춰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본인이 대선 의지를 밝히기 전부터 국내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해온 인물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전개되면서 사실상 범여 또는 보수진영의 유일한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며 반 총장의 행보가 대선을 앞둔 정계 재편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지 10년 만의 귀환은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정치인 반기문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지자들의 높은 기대와 주위의 우려를 오가는 예측불허 변수를 안고 반 전 총장의 대선 출정이 시작됐다.

 

10년만의 귀환, 대권 행보 첫발

 

반 전 총장은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12일 오후 5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지난 2007년 1월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미국 뉴욕으로 떠난지 10년만의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귀국 전날인 11일 반 전 총장의 공식 대변인이 첫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앞으로 반 전 총장의 행보와 이를 보좌해 나갈 인적구성 윤곽 또한 구체화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번 대선 테마를 ‘화합과 통합’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한 첫 발은 민심행보로 시작한다. 정체 세력과의 연대나 창당 등 구체적인 정치적 결정은 잠시 뒤로 미뤘다. 이달 설 연휴까지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은 만나 목소리를 듣고 이후 어떠한 정치세력과 연대할 지 혹은 창당을 할 지 결심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도운 반 전 총장 대변인은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 총장은 서민, 취약계층, 청년층의 삶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인적구성 윤곽도 어느정도 드러났다. 마포구에 거점을 둔 친 반 총장의 대선캠프는 반 전 총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김숙 전 유엔대사가 중심으로 실무진이 구성됐다. 구체적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인원은 지금까지 약 11명 정도로 알려졌다. 첫 언론 브리핑 자리에 나선 이도운 대변인 외에도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김봉현 전 호주대사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정치인에서는 정진석 박덕흠 이종배 경대수 성일종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물밑에서 반 전 총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정책 구상도 경제를 시작으로 일단 드러내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은 ‘일자리 중심 성장론’을 내세워 재벌 개혁과 불공정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너도나도 러브콜, 선택은 ‘일단 관망’

 

대선행보 첫 발을 내딛은 반 전 총장은 일단 정치권과의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지금은 정치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설날 전까지 정치적 행보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반 총장은 선택을 뒤로 물렸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반 총장의 의중을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 상 나타난 반 전 총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높다. 보수진영에서는 사실상 반 전 총장과 비교할 만한 인물이 없는게 지금까지 상황이다.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권주자 다수 여론조사에서 3주 연속 1위를 내준 2위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진영에서는 대체불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의 성인 남녀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21.5%의 지지율로 26.8%를 기록한 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2.0%P 소폭하락한 수준이지만 유승민 의원이 3.4%, 손학규 전 의원 3.0%, 오세훈 전 서울시장 2.2%, 남경필 경기지사 1.1%을 기록 경쟁권 후보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반 전 총장 외에는 야권의 문재인 대망론에 맞설 카드가 없다는 인식아래 새누리당과 비박계 의원들로 이뤄진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여야를 막론한 러브콜이 쇄도한 것이 지금까지의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 또는 빅텐트론, 뉴DJP(김대중·김종필) 연합론까지 나름 구체화된 밑그림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여전히 반 전 총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린 조기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의 목소리도 높아지며 또 다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잠재적 연대 경쟁자로 꼽히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반기문 전 총장도 그 분의 생각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지 않느냐”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같은날 “정책과 개인에 대한 모든 검증이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며 검증 행렬에 동참했다.

 

 

세계 대통령 타이틀, 양날의 검

 

반 전 총장의 UN 사무총장, 세계의 대통령이란 타이틀은 인지도와 안정감이라는 강점으로 제시되는 동시에 검증의 대상으로도 꼽히고 있다.

1970년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유엔 사무총장까지 이르는 외길 외교 공직생활은 안정적 행정 능력 뿐 아니라 외교안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또 사드배치로 인한 中의 보복행위, 일본과의 외교갈등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외교와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는 만큼 반 전 총장의 역량에 거는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반 총장에 임기 중 평가가 국제사회의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은 도리어 단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반 전 총장은 스스로의 장점을 36년 간의 외교관 경력에서 비롯한 협상력과 중재력으로 꼽았다. 국제사회에서 ‘중재자’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

취임 당시 반 전 총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수단·이라크 등의 내전 종식, 북한·이란 핵 문제 해결, 성범죄 등으로 실추된 평화유지군의 명예회복,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만 권력이 집중된 유엔 개혁, 날로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대책마련 등이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이란 핵협상과 최근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성사시킨 정도다.

또한 관례와 달리 유엔 사무총장을 퇴임 후 곧바로 대선 출마 직행하는 것에 대한 국제 여론 또한 부담이다.

이 밖에도 기존 정치권 후보들과 달리 여의도 정치에 몸을 담은 적이 없는 외부인사라는 점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가진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한층 깊어진 정치 불신에서 한발 물러선 인물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일찍부터 반 전 총장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던 ‘충청 대망론’이 내세운 지리적 강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반 전 총장의 무기다. 충청도 지지를 기반으로 영남권과 호남권의 결집과 연대에 누구보다 우위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뉴DJP(김대중·김종필) 연합론’이 제시된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뉴스포스트 최병춘 기자)

아직 집없는 보수 구심점

 

특히 현재 여권이 몰락하면서 분열한 보수 진영을 집결할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 어느것보다 강점이 될 수 있다.

사실상 대권 가능성을 전제로 마땅한 대선후보를 내세울 수 없는 보수진영에서 반 전 총장이 가진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더욱이 반 전 총장은 ‘중도’ 성향 지지자들까지 품을 수 있는 정치적 확장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박정희 대통령 등 7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외교, 의전 라인 요직을 맡으며 구축한 탄탄한 인맥 등 인적 확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충청권의 확실한 지지를 담보할 수 없는 가운데 사실상 지지기반이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기존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외연확대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씨와 조카인 반주현 씨가 연루된 사기사건 등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반 전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 씨는 뉴욕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인 반기상 씨는 한국의 건설업체인 경남기업에서 고문으로 일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기소에 앞서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소유한 ‘랜드마크 72’ 빌딩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반 전 총장의 직위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힘인 도덕성과 직결된 것으로 대선 완주까지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한 번도 몸담지 않은데다 소속 정당도 없고 정치적 기반도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자신을 향한 여야 경쟁자들의 검증 공세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결국 이달 설 연휴를 마치고 반 전 총장이 어디에 둥지를 틀지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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