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도공단이 추진한 대형 국책사업에서 부실시공, 공사비 부풀리기, 뇌물까지 상식을 초월한 비리복마전이 잇달아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직원들의 뇌물수수가 발생했던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서 이번에는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으며, 지난달 개통 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수서발 고속열차(SRT) 건설사업에서도 비리가 적발돼 비난의 여론이 높아졌다.

(사진=뉴시스)

SRT 공사비리, 182억원 빼돌려

수서발 고속열차(SRT) 공사 관련 한국철도시설공단 임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났다. 검찰은 공사공법을 속여 거액의 국가 사업비를 타낸 건설사와 이를 눈감아준 한국철도시설공단 임직원 등26명을 재판에 넘겼다.

시공사인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모(55)씨와 공사를 맡긴 철도공단의 부장 박모(48)씨 등 26명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씨는 2015년 1월∼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둔전동 일대 SRT 건설공사 제2공구에서 철도공단과 계약했던 저진동·저소음 공법(슈퍼웨지)이 아닌 비용이 적게 드는 화약발파 공법으로 땅을 판 뒤 슈퍼웨지 공법을 썼다고 속였다.

이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 및 하도급·감리·설계 업체 임직원들과 짜고 공사비 182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슈퍼웨지 공법은 화약을 이용해 폭파하는 화약발파 공법과 달리 대형 드릴을 사용해 땅을 판다. 화약발파 공법보다 진동과 소음이 덜해 주택지 주변 등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5∼6배 가량 비용이 들며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디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등 건설사들은 공법을 임의로 변경한 뒤 서류조작을 통해 이를 은폐하고 공사비를 빼돌렸다. 설상가상으로 감찰기관인 감리업체는 계약과 다른 공법이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는 커녕 허위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조직적인 비리를 거들었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단 부장 박씨는 함씨 등의 범행 일부를 알고도 눈감아주는 대가로 함씨 등으로부터 5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모(39)씨 등 철도공단 차장 2명도 함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공단 임직원들이 시공사·하도급업체 등과 유착돼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부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폐해가 만연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범행으로 주요 국가 기간시설공사가 부실시공될 경우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어 앞으로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원주 고속철도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올림픽 국책사업' 원주-강릉 고속철도, 비리 복마전

3조원대 국책 사업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도 각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건설 중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선 부실공사 및 국고낭비 의혹이 제기됐다.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는 지난해 설계변경과 관련해 철도공단 임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고속철도 건설공사 제8공구의 4개 교랑 받침이 수평허용오차 이상으로 기울어져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하중 쏠림으로 인한 파손 등 교량내구성 저하의 위험이 발생한다.

또 제1공구의 태장교 슬래브가 설계도서와 달리 2번째 슬래브 방향으로 30~50㎜ 가량 이동 설치돼 차량탈선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가설 교량의 복공판은 당초 설계도면과 달리 안전사고 우려가 큰 콘크리트 합성이나 재활용 자재로 시공됐으며, 레일체결장치(절연블럭) 또한 공사 시방서와 다른 제품으로 설치돼 신호 제어 이상으로 인한 열차충돌 등 대형사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원주-강릉 고속철도 일부 구간이 연약지반으로 설계변경 필요했으나 철도공단은 보완설계요구를 하지않고 다른 업체에 설계변경 용역을 맡겨 4억 3,600만 원의 국고를 낭비 했다.

원 설계업체에 하자처리 부담 등 면제 혜택을 주었고 그 대가로 철도공단 강원본부 본부장 등은 수천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철도시설공단 전 강원본부장 등 임직원 6명을 포함해 총 14명을 입건하고 그 중 4명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원주-강릉 고속철도는 이용객 증가와 평창올림픽 위상과 대내외 이미지 제고를 위한 대행 국책사업으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비 부풀리기로 인한 국고 낭비, 부실시공, 뇌물까지 복마전 양상을 띠며 국민들이 염원인 '성공적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필수 기반시설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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