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게 대변하겠다. 국민보다 항상 반 보 앞서가겠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 의원회관 921호에서 <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뉴스포스트)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선을 향한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 역시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대권 의지를 밝힌 주자가 많아 고민인 더불어민주당은 외연 확장을 최대 과제로 손꼽고 있다.

탄핵정국은 촛불민심이 만들어 낸 성과라는 정치권의 평가가 나오면서도 집권여당과 그 세력들이 차기 대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레이스 전개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13일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만나 현 시국을 진단하고 대선정국 속 정치권의 셈법에 대해 토론을 가졌다. 그는 정치권이 국민들의 높은 정치 의식수준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항상 국민보다 반 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열정이 가득한 기 원내대변인은 당선 이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며 초선의원의 패기를 보여줬다. 본지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921호(기동민 의원실)에서 기 원내대변인과 '도시락 인터뷰'를 갖고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된 소회는?

- 대변인 맡고 정론관에서 한 첫 마디가 '품위 있게 하겠다. 그러나 야당의 입임을 결코 피하지 않겠다'였다. 우리가 386세대인데 국민들 눈에는 "싸가지 없는 진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유시민 작가가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어쩌면 저렇게 옳은 얘기를 싸가지 없게 하냐'라는 말로 국민적 공감을 이뤘던 얘기다.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전달하는 방식과 형식이 잘못되면 아예 내용이 전달이 안 된다는 문제에 심각성을 많이 느낀 사람 중에 하나다.

정치권 주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서울시, 당에 있어보면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되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내용은 날카롭고 날이 서있지만 발표하는 형식이나 단어는 정제돼서 해야겠다. 태생자체가 (운동권이라) 세서 그렇지만 조율하기가 쉽지 않더라. 8개월 해보니까 내용적 차별성도 가져야 하고 대여(對與) 공격수로서 자기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탄핵 사태에 대한 총평을 해준다면.

- 탄핵을 두 번째 보는데, 한 번은 2005년 김근태 전 의장께서 원내대표 할 때 비서실 차장이었는데, 본회의장 옆 당직자 부스에서 그걸 봤다. 뛰어나가면 국회법 위반으로 (끌려) 가는 거니까 (못 나갔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열린우리당 47명 의원들이 완전히 개 패듯이 두들겨 맡고, 그때 영상보면 박근혜 대통령 웃으면서 쓱 지나가고...그런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대통령이 사교집단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대한 실상이 그 정도까지라는 걸 상상도 못했다. 부풀려진 측면도 있겠고, '일탈에 그쳤겠지' 하는 막연한 권력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정치권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까지면 까질수록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치권은 광장의 민심과 촛불의 민심, 국민들의 민심에 줄줄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과거에는 정치권이 그런 흐름에 저항을 했었다. 광장에 합류하지 않는다든지 합류하더라도 별도의 독자적 목소리를 낸다든지, 그러면서 광장에서 탄핵당하고.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게 과거의 과정이었다. 정치권이 국민들보다 항상 반 보 앞서가야 하는데 항상 반 보 뒤 늦게 따라간 것 같다.

지구당 간부들한테, '당신들이 정치활동하면서 시민들의 저런 따뜻한 눈길을 응원삼아서 정치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이라도 있을 것 같냐, 없다. 즐겨라'라는 말도 해줬다.

 

반기문 전 총장 귀국이 임펙트가 적다는 평가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없지 않나.

- 저쪽이 분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 본격화되면 45% 쯤 모이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중간 15%~20% 놓고 싸우는 거다. 그런 면에서 광장에서 승리하고 선거에서 패배한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좀 불안한 건 사실이다.

말로는 '정치권력이 없다고 말하고, 관료한테 나라를 맡겨둘 수 있느냐'라고 말할 수는 있는 거지만 사실상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나 상징성, 학교, 지역적 배경 이런 거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뭔가 새롭진 않은 것 같다.

옆에 서 있는 사람들 봐도 한심스럽고. 상당한 정도로 표를 끌어 모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거기도 확장력은 좀 약해 보인다. 지금 시기에 맞는 지도자가 아니다.

 

4.13총선 끝나고 안철수 전 대표가 새누리당과 합칠 거라는 예상도 있었는데.

- 국민의당이 어디랑 연합하면 호남민심을 다 잃을 거다. 지금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아니니까 국민의당을 다 찍은 것 보면 무섭게 심판하는 지역이다.

 

국민의당과 반기문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 안철수 전 대표가 저렇게 버티고 있어서...(힘들 것 같다.) 게임의 틀 안에 들어오라고 하면 그러겠지만 원칙 없이 (후보로) 세우기 위한 전략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박선숙, 김수민 의원 건도 저렇게 풀렸으면 동력이 생길 계기가 된 건데 안철수 대표의 경우도. (연대가) 만만치 않을 거다.

 

나중에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청산되면 다시 보수신당이랑 합쳐질까?

- 당연히 합쳐질 거다. 따로 가겠나. 지금이야 여론 흐름들이 압도적으로 뭔가 말하기 힘든 상황이니까 보수적인 사람들이 흐름에 답하지 않는다. 미국 같은 경우도 보면, 전문가들도 트럼프가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당선됐지 않았나. 보수적인 표내에 있었다는 사람들은 호응하지 않고 조용히 표로 말한다. 그런 위험성은 언제든지 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위기의식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결국은 또 2%~3%의 싸움이다. 결코 만만한 싸움이 아닐 것이다.

 

혹시 유승민 후보와 연대하는 건?

- 이런 게 있다. 새누리당하고는 이런 보수적인 흐름 내에도 옥석이 따로 있다. 진정한 보수와 사이비 보수가 따로 있다. 박근혜정권을 탄생시키고 그 국정운영을 함께 했던 세력들 원죄가 분명하다. 거기서 뭔가 탈색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원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당 같은 경우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최근의 정치문화처럼 돼 있다. 그 문화 속에서 보면 새누리당하고 바른정당은 후보를 내면 안 된다. 엄격히 말하면. 그런 정당과 분명한 가치와 철학에 기반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냥 친문이 싫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친문을 포위 고립하기 위한 정치 재편을 꿈꾼다고 하는 건데 명분도 없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야권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니셔티브를 확실히 쥐고 그쪽을 복석시키는 하나의 그룹으로 거느린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 대등한 통합 등을 통해서 반문연대를 구축해서 뭔가를 한다면 야권지지자들이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정치 그림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일부 언론들은 워낙 반문프레임들이 강해서 신선한 시도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재인과 친노가 싫은 거다. 그런 일에 함께 손들어줄 순 없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3일 본지 김경배 편집국장과 대담을 통해 탄핵정국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사진=뉴스포스트)

18세 선거권 조정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 여권에서 죽어도 안 받는다. 이게 전국적으로 65만표 정도고 대도시는 최하 몇 천표에서 많은 데는 3만표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18세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보수로 기울기 쉽지 않아서 (여권이) 사활을 걸고 막고 있다.

유재중 안행위 위원장이 법안 상정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첨에는 좀 할 것처럼 하다가 지금은 아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주의 역사가 한편으로 보면 참정권 확대 역사인데, 그리고 250개국 중에 없는 국가가 2~30개국이라는 거 아닌가. OECD국가 중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좀 창피한 이야기다.

 

헌재 결정이 생각 이상으로 나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기대와 반대로.

- (위헌결정을 내면) 통제불능 상태로 갈 것이다. 헌재는 가장 정치적인 집단이다. 법률적인 집단이기도 하지만. 헌법과 법률위반이 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나라를 통제하기 힘들 거다.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청와대, 헌재의 무력으로 충돌을 일으킬 사람이 많을 거다.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 거다. 야당으로서 통제할 수가 없다.

 

당내 경선 문제는 어느 정도 끝나가나?

-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당이 이렇게 조기에 경선룰을 가지고 나서는 게 좋지 않다. 좀 앞서나가는 것 같다. 실무적으로 조용히 조용히 접근해야 할 문제이고, 당은 판만 만들어주면 된다. 룰은 선수들끼리 정하면 된다.

 

최순실 사태 결론은 어떻게 될 것 같나.

- 지금 특검 분위기로 이재용, 장충기, 박성진, 최지성를 싹 잡아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정도로 기세는 등등한 것 같다. 그만큼 국민여론이 무섭다는 것 아니겠나. 특검 헌재가 아주 정치적인 배경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염원과 여론에 크게 어긋나는 선택을 하기 힘들 거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

 

일부는 국회의원들도 보좌진들이 다 있지 않냐고 지적한다. 물론 공직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지만.

- 어디든지 자문그룹은 있고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은 의견을 받아서 공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고 그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고 공무원들이 있는 거 아닌가.

 

정권교체 어떻게 해야 이뤄지겠나?

- 내부의 경선과 야권의 편제들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문재인이 되는 뻔 한 판이면 아무런 감동이 없다. 확장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논쟁 과정 속에서 문재인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을 경쟁후보들이 정말 치열하게 논쟁해서 경선들을 붙고, 그것들이 갈라지면 안 된다. 시너지효과가 일어나면서 단일화 과정이 구축되어지면, 이런 것에 기반해서 야권단일화로 압박해볼 수 있다고 본다.

안철수가 후보로 서면 문재인이 후보가 되는 한 단일화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러나 명분과 우위를 얼마나 전망하느냐에 따라서, 지지자 통합은 가능할 것이다.

치열하고 감동적인 경선 외엔 답이 없다. 하다보면 치열해지고 감정 섞인 얘기들이 오고갈 수밖에 없지만, 그건 1등 후보가 감싸 안고 그 사람들을 똘똘 말아가지고 가져가는 게 지도력이다. 세게 붙어야 한다. 이러다가 깨지는 것 아니냐 할 정도의 위기감이 들 정도로 세게 붙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덕담 한 말씀.

- 국민들께는 죄송하다. 정치가 제대로 섰다면 기득권 집단인 재벌, 정치, 언론이 제대로 섰다면 광장에서 그렇게 고생할 일은 없을 텐데. 올 해는 정치가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도록 잘하겠다.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반걸음만 정치가 앞서나가면 된다.

또 힘들고 어려웠을 때 옆에서 우산 쓰고 비 같이 맞아준 사람들, 힘들고 어려웠을 때 내 손 잡아준 사람들이 지역주민들이다. 그때 '당신들 마음에서 떨어지지 않겠다. 당신들의 삶에 내 삶에 친구 같은 국회의원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이 약속은 끝까지 지키며 살겠다.

 

<기동민 의원은>

1966生 전라남도 장성

1981 ~ 1984 광주인성고등학교
1985 ~ 1992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2002.03 ~ 2003.02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2004.10 ~ 2005.04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
2005.07 ~ 2008.05 김근태 국회의원 보좌관

2010.01 민주당 부대변인

2011.11 ~ 2012.11 서울특별시 정무수석비서관
2012.11 ~ 2014.04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16.05 ~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성북구을/더불어민주당)
2016.05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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