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두고 '빅3' 보험사와 당국의 자존심 싸움이 막을 내렸다. 전액 지급을 약속한 중소형 보험사와 달리 버티기로 일관했던 '빅3'는 결국 일부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빅3' 보험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이다.

금융당국과 빅3의 '딜'이 오고 가는 동안 정작 피해의 주체인 '소비자'들는 얼마나 고려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언제부턴가 자살보험금 문제는 소비자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당국과 보험사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수년간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날 선 각을 세우며 시간을 끄는 동안 유족들의 아픔은 깊어졌고 이는 보험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갉아먹었다.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상한 게임에 유족들의 상처만 곪을대로 곪은 셈이 됐다.

자살보험금 문제의 가장 큰 쟁점은 자살을 '재해'로 해석 가능하냐 여부다. 금융당국과 대법원이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한다'는 소비자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소멸시효라는 카드를 내세워 버티기에 나섰다. 급기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금융당국과 대형 보험사들의 싸움으로 번졌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 영업정지, CEO해임 등의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빅3' 모두 일부 고객에게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하며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금융당국의 권위도 추락했다.

앞서 보험금 일부 지급 입장을 밝힌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에 이어 지난 16일 삼성생명도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 중 400억원(25%)은 고객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1134억원 가운데 168억원, 한화생명은 1050억원 가운데 150여억원을 지급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놓고 중소형사들은 전액 지급을 약속한 반면 빅3는 일부 지급으로 입을 맞췄다.

ING·신한·메트라이프 등 중소형사 7곳은 지난 5월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자 전액 지급을 약속하며 먼저 백기를 든 바 있다.

반면 빅3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일괄 지급할 경우 배임 등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주들이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배임혐의로 고소를 한 사례는 없으며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다.

보험사의 기본은 '신뢰'다. 보험사는 법적인 책임 유무를 따지고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소비자와의 신뢰와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하지만 모범을 보여 할 대형 보험사는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도 져버리고 주주들의 이익을 내세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었다.

본질은 '약관대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느냐'지 누구의 논리가 법적으로 맞느냐가 아니다. 잘못된 약관이든 혹은 모호한 약관이든 보험사가 주기로 약속한 보험금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신뢰의 근간이다.

이제 자살보험금 지급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제재가 남아 있다. 자살보험금 사태가 보험사의 신뢰를 갉아 먹는 뼈아픈 사례로 남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의 징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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