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금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출연 204억원까지 뇌물로 적시했기 때문. 이에 ‘사면’과 ‘면세점’ 등을 이유로 얽혀 있는 SK와 롯데 등 재벌그룹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사면 등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상당수 드러났기 때문에, 총수들이 특검의 조사를 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 "경영공백 도와달라 호소한 것 뿐"

먼저 현재 특검팀은 지난 2015년 8월 13일 단행된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과 이후 K그룹이 진행한 미르·K스포츠재단 111억원 출연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이를 위해 특검팀은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 회장과 김영태 당시 수펙스축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접견하면서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에 주목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SK수펙스축구협의회 의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SK 김창근입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 감사”라고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SK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사 사실을 SK 측에 미리 알려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김창근 회장으로부터 최 회장 사면 부탁을 받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도 밝혔다.

면세점에 대해서 안 전 수석은 지난해 2월 박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 당시 면세점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박 대통령이 SK에 특혜를 주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015년 당시 SK 경영진은 최태원 회장이 2년 7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수형생활로 그룹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경영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각계각층에 호소했었고, 재계에서도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안종범 전 수석이 최 회장 사면 요청을 전달한 것은 경제수석으로서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 경영진이 경영공백을 호소하는 것 자체나 사면 소식을 언제 알았느냐가 사면의 대가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롯데 "대통령과의 독대, 면세점 추가 선정 선후관계 안 맞아"

SK에 이어 롯데도 특검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롯데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과정도 주시하고 있는 것. 롯데는 두 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후원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지원한 70억원이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직전 롯데 측에 반납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돈을 돌려준 것 자체가 추가 출연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윗선’이 롯데의 추가 출연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롯데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사가 되는 과정도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을 약속했고, 이제 대한 보상으로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특검의 예상대로 관련 수사가 진행될 경우 신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에 대한 소환도 이르면 이달 안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특검에서 롯데의 대가성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특검이 롯데가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사실을 밝혀낼 경우 당장 올해 초 재개장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또 다시 특허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관세청은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특허권 취소여부를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혀 향후 파장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와 면세점 추가선정은 선후관계가 맞지 않다”며 “이미 독대 이전에 추가선정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독대자리에서 청탁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SK·롯데 등 그룹 임원들을 불러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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