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미국시장에 대한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투자 금액은 지난 5년간 투입된 21억 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투자압박 발언에 백기를 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17일 현대차그룹,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진행 사장이 현대·기아차가 지난 5년간 투자한 21억달러보다 50% 가량 증가한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현대차가 미국에서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한다고 전했다.  미국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현지 공장을 건설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현대·기아차 자율주행 및 친환경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신기술에 31억달러 중 30~40%를 투자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생산시설 및 신차종 투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는 앨러배마주 공장에 소나타, 엘란트라 등을 연간 37만대 규모로 생산 중이며,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차 공장은 연간 36만대의 옵티마, 쏘렌토 등을 생산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완공했으며 올해 생산 능력을 30만대, 2018년 말까지 4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되는 80%의 물량은 미국, 중남미 등에 수출한다는 예정이다.

이날 정 사장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 신규 SUV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나 최종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시장은 현대·기아차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자, 글로벌 전략 성공의 바로미터"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국)정부에 관계없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미국 투자 건에 대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에서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기존 생산시설에 신차종 투입,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등을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신공장 건설 투자의 경우 자동차 산업 추이를 감안해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이다. 이번 투자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다"라며 트럼프 취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면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으름장에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입장을 바꿔 백기를 들었다. 

포드는 멕시코에 16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했으며,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미국 미시간과 오하이오 생산시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도요타 또한 향후 5년간 100억 달러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멕시코 공장 문제를 고심하고 있던 현대차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