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2017년 붉은 닭띠 해에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당초 12월 20일 예정돼 있던 대선 날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온 국민적 관심이 대권 주자들로 향해 있는 이유다.

대권시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이후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 전 총장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와 취재진은 그가 유력한 대권 주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귀국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일단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를 둘러싸고 있는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조카 사기사건, 아들 특혜 입사 등의 각종 의혹들에 대하나 해명 역시 하지 않아 역시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기름장어'라는 정치적 별명을 갖고 있다. 어떤 사안이든 확실히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잘 피해다닌다는 그에 대한 평가가 만든 수식어다.

우선 그는 정치권 안팎에서 인정되는 대권주자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귀국 전 그와 관련해 쏟아진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할 의무를 갖고 있다. 대권주자가 아니어도 세계적 평화기구의 수장을 역임한 공인으로서 당연한 절차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미 예고됐던 정치권의 '현미경 검증'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반기문 대망론'이 관심을 받아온 터라 야권은 오히려 반 전 총장의 귀국을 기다렸다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의혹은 제기된 상태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청문회, 헌법재판소, 특검 등에 출석한 핵심 증인들이 주구장창 외친 '모른다'는 이제 '사실이다', '인정한다'의 다른 말로 오해를 할 정도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을 묵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부랴부랴 신년 기자간담회를 주관해 "그날 정상적으로 보고 받고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면서 "필요하면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고 지시하며 보고를 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고 해명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가속화된 상황에서 다급함을 감추지 못한 답변이었다.

붉어진 의혹들은 대통령을 탄핵하기도 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그 역풍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정치권의 각종 비리에 많이 지쳐있다는 점이다. 의혹 해명은 오히려 반 전 총장의 대선 레이스에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유념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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