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서민 술인 소주 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섭섭함을 넘어 슬픈 일이다. 서민에게 있어 이삼천 원만 가지면 대중식당 어디에서나 즐겨 마실 수 있는 술이 소주다.

이런 술이 천 원씩이나 더 오른다니 아연할 수밖에 없다. 직장인이나 노동자들이 고단한 하루를 끝낸 후 퇴근길에 동료나 친지들과 모여앉아 한 잔 나누는 것도 한국적 정서이다. 이런 아름다운 술 문화도 술값 인상으로 이제 줄어들 것 같아 아쉽다.

조선 영조시대 최고의 주당이 있었다. 그는 조 씨 성을 가진 정열적인 책장수였다고 전해진다. 남산 석가동에 사는데 다산 정약용 선생한테도 책을 많이 팔았다고 "조신전"에 기록이 있다. 조씨는 당시 선비들이나 세도가 심지어는 기생집까지 드나들면서 책을 팔고 그 돈으로 술을 마시는 게 삶이었다고 전한다.

많은 책을 보고 만지고 팔다보니 식견이 넓어져 사통팔달하여 상류사회로부터 칭찬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비록 조씨가 책장사였음에도 불구, 선비로 대우받아 ‘생’을 덧붙여 선비 반열로 대우받고 살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요즘 책을 팔아 살아가는 현대판 조생 출판인들이 출판계의 불황으로 인해 책도 팔지 못하여 술자리에서 한탄하는 모습이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책은 팔리지 않고 속쓰린 마음에 술로 시름을 달래는데 술값마저 오른다니 울고 싶은데 빰때려주는 격은 아닌지 모르겠다.

출판은 문화예술의 꽃이다. 언제까지 책이 마음의 양식이란 자리를 독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IT 정보산업의 발달이 활자매체의 역할을 대체할 그런 상황에 까지 왔지만 그럼에도 책이 가지는 독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그 중요성이 작지 않다.

책은 단순히 지혜의 보고만이 아니다. 책은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크나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세다. 스마트폰을 통해 독서도 하고 지식도 쌓으며 세상 돌아가는 정보도 얻고 한다. 그럼에도 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책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 즉 정서적 함양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지혜와 경륜이 책속에 있으니 조가한테도 그만큼 대우하여 살았던 조선 영조시대가 부럽다. 소주 값이 오른다하여도 국가 장래의 초석을 놓는 출판인들이 다소 어려움은 참을 수 있다지만 책을 멀리하는 세태야말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조생. 그는 해학과 풍자가 뛰어난 이시대로 보면 독서광이고 소매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출판인들과 짝패로서 칭찬 받을만한 인물이다. 소주 값을 올리는 일도 세수를 높이는 일이지만 독서는 국민 양식을 저장하는 일이다.

조생이 오늘 절실히 그리운 것은 나만의 그리움일까…….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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