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다이빙벨'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전액 삭감 지시

신중한 특검,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를 마치고 18일 새벽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블랙리스트의 다음 칼 끝은 박 대통령의 관여 여부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도 계속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두 ‘반 정부 성향’으로 분류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 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의 명단이 포함됐으며, 이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총괄기획을,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전달에 관여, 실무진과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해당 명단의 작성 배경에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사람의 구속여부도 초미에 관심사다. 조 장관의 경우 현직 장관의 초유의 구속수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특히 김 전 실장의 구속여부가 특검팀에게도 중요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수사' 김기춘, 특검 포위망도?

김 전 실장은 '법꾸라지’라고 불릴만큼 위기 마다 해박한 법지식을 이용해 모면해오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가장 어려운 수사’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의 포위망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계자 진술과 물증 등을 통해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정부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지시한 진술을 특검팀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을 전액삭감하라는 지시를 문체부에 내렸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CCTV 삭제 이어 추가되는 '직권남용' 진술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전액을 삭감하라”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한 5개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증가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2014년 14억 6000만 원에서 이듬해 8억원으로 삭감됐다. 김 전 실장이 다이빙벨을 예로 들며 “문화예술계의 좌파적 책동에 전투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특검은 예산심의 규정을 무시하고 예산 삭감을 지시한 것이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전 실장은 국정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인물로 꼽히며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뿐 아니라 검찰 수사 및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의혹 외에 검찰 수사 및 인사 개입, 문체부 인사 개입 등도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블랙리스트, 문체부 인사 개입 등 두 가지가 주된 조사 대상이지만 나머지 부분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뿐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무죄 판결을 비판한 글을 쓴 판사를 ‘직무 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아들 집에 전세를 산다는 등의 명목으로 4억5000만원을 편법 증여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로 재산 신고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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