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맹주 이재명 성남시장의 터프한 추격전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2016년 하반기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인기스타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속 시원한 정부 비판과 날카롭고 거침없는 언변은 국민적 호감도가 상승한 결과로 돌아왔다.

지지율 고공행진 분위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그는 문재인-반기문 다음으로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권 주자가 많은 야권에서는 이 시장의 기세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위권을 담당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 시장의 '설전'은 이미 대권 레이스의 볼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양비론' 전략으로 독자층 확보에 주력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쌈닭'에서 '맹주'가 된 이 시장이 서툰 초행길이지만 특유의 쌈닭 기질로 비교적 속도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전운전'보다 액셀을 선택한 그의 레이스 전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화문 촛불집회 최대 수혜자?
문재인은 견제, 안희정과 으르렁
대권 레이스 시작, 3위로 질주中

 

특유의 쌈닭 기질 광화문에서 먹혔다

지난 해 연인원 1000만 여명의 시민이 운집했던 광화문 광장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날카롭고 거침없는 정부 비판성 발언들이 국민적 호응은 얻으면서 그를 대권 주자로 인도했다.

앞서 이 시장은 정부를 상대로 1인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의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일약 정치권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경상북도 안동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고등학교는 다니지 못했다. 이 시장은 1976년 가족들과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와 5년 동안 상대원공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13세부터 18세까지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기에 생업에 매달려야할 만큼 가난함 속에 성장했다.

이후 고입·대입검정고시를 통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으며 1982년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4년 만에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시장은 사법연수원 18기 수료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노동상담소장으로 활동하는 등 노동자들의 변론을 주로 맡았다.

그러던 이 시장은 2005년 8월 23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며 전격 진로를 정계로 돌린다. 2006년 성남시장에 도전했지만 첫 단추는 쉽게 꿰어지지 않았다. 또 2008년 성남시 분당구에 전략공천돼 18대 총선이 참여했지만 역시 낙선하고 말았다.

정계 문턱을 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행보의 폭을 넓혀 나갔다.

이 시장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다. 그전까지 극진보적 성향을 띄는 지방자치단체장 정도로만 여겨졌다면 지난 해 광화문에 촛불이 켜지면서 이 시장은 야권의 맹주로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양비론' 펼치며 1, 2위 사냥 나서

단숨에 인지도가 급상승한 이 시장은 야권 내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바로 뒤에서 쫓고 있고, 전체 주자들 가운데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2017년 1월 9일(월)부터 13일(금)까지 5일 동안 전국 2,526명(무선 90 : 유선 10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1월 2주차 주간집계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보면 이 시장은 11.7% 여전히 서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집계에서 문 전 대표는 26.1%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2.2%로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 뒤를 따라붙고 있는 이 시장은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앞지른 상태로 야권 레이스의 가장 큰 복병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7.0%를 기록한 안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문 전 대표와는 법인세 인상 여부 등 재벌개혁을 매개로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 시장은 특유의 쌈닭 기질로 유력한 대권 주자들을 싸그리 비판하는 '양비론'을 펼치고 있는 모습도 포착돼 독자적인 외연확장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시장은 17일 반 전 총장의 대선행보에 대해 "해보다가 잘 안될 것이고, 잘 안될 것 같으면 (출마)안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혹평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완주 안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출마를) 안하면, 자기가 살기 편한 외국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 정서에 안맞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자판기에 만 원짜리를 두 장 집어넣지를 않나, 자기가 (퇴주잔을) 홀라당 먹지를 않나, 이게 장난 같지만 심각한 거다. 정서적 교감이 안된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앞서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도 "대세론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는 '이 사람이 되겠지. 유명하니까. 힘이 세니까'로 좌우되지만 경선은 '이 사람이 꼭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늘 여론조사와 경선은 결과가 다른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다시 도전하는 '재수 상품'보다는 '신상(품)'을 국민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 측면에서는 내가 (문 전 대표보다) 더 낫고, 내용 측면에서도 제시되는 각종 정책을 누가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판단을 하면 결국 내가 1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명(좌)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사진=뉴시스)

이재명vs안희정 '설전' 주목...정치적 러닝메이트 되나?

이 시장과 가장 눈에 띄게 맞붙고 있는 주자는 안희정 충남지사다. 더민주 내 대권 출마를 시사하고 있는 후보군으로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이 시장과 안 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5명으로 정리된다.

이 중 문 전 대표는 총판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김 의원은 대선 출마자 중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순위 밖으로 밀려나 경쟁구도에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도 반등기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 시장과 안 지사의 중위권 싸움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삼성 이건희·이재용 일가의 편법·불법적인 경영권 상속 행위는 지난 40년간 반복됐지만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며 "이 부회장 구속으로 재벌체제 해체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안 지사는 이 시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놔 또 한 차례 설전을 벌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안 지사는 지난 17일 "대통령으로서 어느 누구를 구속시키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일까"라며 사실상 이 시장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시장도 밀리지 않았다. 이 시장은 이날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대통령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나는 현재 대통령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누구를 구속하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앞서 지난 달 12일 안 지사는 "이재명 시장님 유감입니다.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입니다"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시장이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우산으로 들어가 공동체팀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들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문연대'를 구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에 따른 답변이었다.

안 지사는 이어 "정치는 '밑지고 남고'를 따져서 이리 대보고 저리 재보는 상업적 거래와는 다른 것"이라며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이재명이 한 우산, 한 팀이 되려면 그에 걸맞는 대의와 명분을 우선 말해야 한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과 안 지사는 야권의 떠오르는 신흥세력이다. 일각에서는 차차기 대권주자 가능성에 더 높은 평가를 내놓기도 해 이들의 경쟁구도는 정치권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과 안 지사의 신경전은 야권 레이스에서도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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