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선보인 2017년 정유년 12간지 기념메달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적자 공기업' 문제가 사회적 화두인 가운데 한국조폐공사가 화폐 수요 감소에도 3년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해 이목을 끌고 있다. 주력 사업인 화폐 제조가 위기엔 몰린 상황에서 품목 다각화와 수출 시장 개척에 적극 뛰어든 결과라는게 조폐공사의 설명. 특히 혁신적인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모바일 신분증 기술을 상용화해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다. 

 

화폐 수요 감소 불구, 3년 연속 매출 경신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많은 비율은 아니지만 매출이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2014년 4276억원에서 2015년 4595억원으로, 지난해에도 잠정치로 4640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폐 수요가 감소하다보니 주력사업과 수표나 우표 등 화폐와 비슷한 제품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폐공사의 영업이익은 2014년 42억원에서 2015년 47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기말차입금이 '0'(제로)인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다.

카드 사용량이 늘고 현금 이용이 줄면서 화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주력 사업이 화폐 제작인 조폐공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 조폐공사의 지난해 매출액 중 화폐관련 매출 비율은 30%대에 그쳤다.

이렇듯 지폐와 주화 사용량이 줄어드는 추세에도 이 같은 성과를 낸데 대해 품목 다각화와 수출 시장 개척에 적극 뛰어든 결과라는게 조폐공사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화폐 제조에서 축적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민간기업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사업을 진행해 매출에 기여했다"며 "수출 쪽에서는 인도네시아에 4600t 규모의 은행권 용지 수출 계약을 수주했고, 우즈벡 소재 자회사인 GKD도 지난해 100만 달러의 이윤을 내는 등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조폐공사는 이에 따라 정부 경영평가에서 2014~2015년도 2년 연속 A등급을 달성한데 이어 2016년 평가에서도 A등급 이상의 우수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 목표로 5000억원 달성을 내건 가운데, 국내 첫 기념은행권을 선보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오는 12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2000원권 지폐를 선보인다.

 

'블록체인' 접목 모바일 신분증, 새먹거리 승부

김 사장은 이날 혁신적인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언급했다.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금융 거래 시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개방형 방식이다.

기존의 금융 거래 방식에서는 돈을 송금할 때 은행이나 정부같은 공통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중개기관을 거쳐야 했다. 또한 이들이 거래 내역을 기록해 놓은 '중앙집권적 장부'가 필요했다.

반면 블록체인 방식에서는 이러한 중개기관과 장부가 필요하지 않다. 거래내역이 하나의 블록을 형성해 거래 참여자들 모두 암호화된 블록을 갖고 있어 거래 발생 시 스스로 모든 사용자들의 거래내역과 대조하기 때문이다.

운영자가 없는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온라인 거래에서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로도 사용된다.

조폐공사는 블록체인 업체 코인플러그와 협력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모바일 신분증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베타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에 실제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바일 신분증은 휴대폰에 개인정보가 남지 않고 암호화된 블록체인 인증서만 저장되기 때문에 분실·도난·위조가 어렵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신분 증명이 가능해져 신분증조차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지갑 없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기술적인 문제가 있고 우리가 그릴 그림이 분명치는 않지만, 분명히 조폐공사가 상용화 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페이와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지폐 제조량이 줄면서 위기에 처한 조폐공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사업을 통해 새 먹거리를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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