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영호남을 오가며 활발한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검증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25억달러 금품 수수의혹이 제기된 ‘박연차 게이트’는 물론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 등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해명에도 식지않는 '박연차게이트' 의혹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제 이름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귀국길 비행기에 동승한 기자들에게도 “박연차 회장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고, 인연이 없다”며 해당 의혹을 적극부인했다.

반 전 총장의 해명에도 의혹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18일 한겨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전·현직 검찰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뭐라고 하든 박연차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사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연차 리스트’는 박 전 회장이 임의로 정리한 명단으로, 박영수 변호사(현 특별검사)가 당시 박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서 직접 대검 중수부에 제출했고 박 전 회장의 비서가 작성한 다이어리에도 2005년 무렵 반 전 총장의 이름이 2번 적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스트의 존재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이 명예훼손으로 의혹 제기 언론사를 고소하면 수사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해당 문서의 공개나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며 반 전 총장 측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반 전 총장과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변호사(전 대검 중수부장)는 지난 4일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데 그쳤을 뿐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고소는 하지 않고 있다.

‘박연차게이트’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야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실규명을 위해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검찰의 수사대상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반 전 총장은 더 이상은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릴 수 없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박연차 리스트 의혹부터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반 전 총장은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당시 대검 중수부에 제출된 박연차 리스트를 공개해 국민 앞에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듭되는 동생 구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의 동생과 관련된 의혹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앞서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가 뇌물죄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된 사기사건 뿐 아니라 둘째 동생 반기호씨의 ‘유엔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를 출입하는 이너시티프레스의 매튜 러셀 리(Matthew Russell Lee) 기자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미얀마 정부 홈페이지에 반기호씨가 미얀마 유엔 대표단으로 기재돼 있었다”며 반기호씨의 미얀마 현지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반 전 총장 동생 반기호씨는 KD파워 사장과 보성파워텍 부회장에 역임했다가 최근 사임했으며 현재는 에스와이패널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반기호씨가 몸담은 회사들은 모두 미얀마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문제는 2015년 1월21일 반씨가 참석한 보성파워텍과 미얀마 정부간 사업회의에 유엔 대표단과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자신의 형이 유엔 사무총장임에도 인권증진이나 환경보호에는 전혀 상관없는 망간채광사업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하다가 결국 2015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까지 당하는 망신을 겪었다”며 “반 전 총장은 KD파워의 UN글로벌컴팩트 가입과 관련해 특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허위보도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호 씨는 광산 사업과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기호 씨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할 때 ‘미얀마 유엔 대표단’ 직함을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호 씨가 유엔 직원 직함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호남’의 광주와 ‘영남’의 대구를 하루 동안 둘러보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광주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조선대 특강, 여수 수산시장 방문 등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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