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복제약 시장 열린다”

- 다국적 제약사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빗장 풀려

- 신흥국 이어 미국·일본도 복제약 장려 정책 펼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 제약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복제약(제네릭)’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특허가 잇따라 풀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 시장 규모만 해도 3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의 복제약 출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올해 의약품 특허만료 시장 3000억 규모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의 만성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 등 30여개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물질허가가 만료된다.

유한양행이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비리어드는 특허가 풀리는 의약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만 1100억원대의 실적을 기록한 대형약이다. 국내 만성B형 간염치료제 시장이 연간 25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할 때 비리어드가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비리어드’의 물질 특허는 올해 11월 만료된다. 그러나 조성물특허가 2018년 11월까지이기 때문에 복제약이 출시될 경우 국내 제약사들과의 법적 다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국제약, 동아ST, 신풍제약, 한국콜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비리어드의 복제약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올해 가장 먼저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은 다카타제약의 골다공증치료제 ‘에비스타’다. 에비스타는 올해 3월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연매출 15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에비스타는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약품이다.

현재 한미약품과 종근당, 휴온스가 복제약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 한미약품이 지난해 다카타제약과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가장 먼저 복제약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에는 에자이의 연매출 600억원대 치매치료제인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염산염)’의 특허가 풀린다. 이어 아스텔라스제약의 연매출 250억원대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정(성분명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이 올해 7월 특허가 만료된다.

 

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제약사들

복제약 광풍에 국내 제약사들은 태국,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복제약을 수출하며 블로버스터급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흥시장에만 진출한 상태지만 미국, 일본 등도 복제약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진시장으로의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 보령제약, 삼천당제약, CMG제약 등은 태국, 아프리카 등 현지 제약사와 복제약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복제 의약품 수출에 가장 열의를 다하고 있는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앨러간이 개발한 주름개선용 치료제 ‘보톡스’의 복제약인 ‘나보타’를 태국과 필리핀 등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 7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대웅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애보트와 고지혈증치료제 ‘대웅피타바스타틴 칼슘정(성분명 피타바스타틴)’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피타바스타틴 칼슘정’은 일본 제약사인 코와와 닛산이 개발한 ‘리바로정’의 복제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애보트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4개국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10년간 대웅제약의 현지 판매를 대신하게 된다.

보령제약도 지난해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약사 키아라 헬스와 아프리카 10개국에 항암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78억원 규모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보령제약은 항암제 ‘에이디마이신’ 등 주사제 3종을 5년에 걸쳐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우간다, 케냐 등 아프카 10개국에 공급하게 된다.

특히 아프리카의 각국 정부는 최근 복제약 선호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복제약 의약품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삼천당제약은 미국 제약사 브레큰리지파마수티컬(BPI)과 점안제·점이제·안연고 등 안과용 의약품 등 복제약 7개 품목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차병원그룹 제약사 CMG제약은 베트남 제약사 데카와 발기부전치료제 ‘제대로필’에 대한 76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홍콩·마카오에 160만달러, 대만에 88만달러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제대로필’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의 개량신약이다.

신흥시장 외에 미국, 일본 등 의약 선진국들이 잇따라 국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복제약 장려정책을 내놓고 있어 전 세계 복제약 시장 경쟁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올해 복제약 사용을 전체 의약품의 8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고,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약값을 인하하고 건강보험개혁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복제약 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복제약 시장이 태국,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신약개발과 함께 복제약과 개량신약 등 개발에 나서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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