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이변은 없었다. '젊은피'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이번 차기회장 승계 수도의 가장 큰 이슈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자진사퇴였다. 위 사장이 면접 중에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회장 자리보다는 신한은행장 자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한 안팎에서 '조용병 회장- 위성호 행장'으로 가닥을 잡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위 사장은 모두가 예상치 못한 자진사퇴 카드로 단숨에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

신한금융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전날 이사회 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조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조 내정자는 3월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 회장으로 선임된다.

신한금융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 3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이날 회추위는 각 후보의 경영 성과 및 역량, 자격요건 적합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평판조회 결과를 검토한 후 후보자들을 심층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 3인 중 위성호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2인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만장일치로 조 내정자를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키로 했다.

이날 면접 과정에서 위성호 사장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며,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조 내정자는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거치면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로 통한다.

회추위는 조 내정자를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리드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과 성과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젊은피' 조 행장의 차기회장 선임으로 신한금융이 '불확실성 시대'의 파고를 넘기 위해 세대교체를 이루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내정자는 현 한동우 회장(69)보다 9년이나 차이가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조 내정자의 보폭에 맞추려면 현재 60세 전후인 계열사 주요 CEO들의 연령대도 낮아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편 조 내정자는 20일 오전 출근길 기자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문화는 도전과 혁신, 창의, 개방과 수용 등을 의미한다"며 "특히 조직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여러 인재를 등용할 때 신한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소감에 대해 "은행장이 되고 보니 부행장 시절 리테일그룹을 이끌었을 때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지위가 올라간 만큼 챙기고 공부해야야 할 것이 많아지고 시야를 더 크게 키우겠다"고 밝혔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사진=뉴시스)

위성호 자진사퇴, 차기 신한은행장 염두?

신한금융 차기회장 선임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이제 관심은 신한은행장 자리로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다음달 말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신한은행 차기 행장을 결정지을 예정이다.

내부 규정에 따라 차기 은행장 인사는 현 은행장 임기 만료 1개월 이전에 마쳐야한다. 현 신한은행장 임기가 3월31일이니 2월 전에 마쳐야 한다.

현재 위성호 사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 사장도 이날 면접에서 자진사퇴를 하면서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행장이 여러모로 선배기 때문에 회장이 되면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회추위는 "은행장 논의는 회추위 소관이 아닌 자경위 소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순리대로라면 제일 높은 것이 회장, 그 다음이 행장, 신한카드 사장, 신한생명 사장이 순서"라고 발언해 위 사장의 행장 선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위 사장이 이번 회장 인선에서 조 내정자에게 적극 힘을 실어준 이유는 차기 행장 자리를 물밑에서 이미 보장받은 게 아니겠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위 사장이 조 내정자가 나이나 입행에서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회장직을 두고 이미 두 차례나 경쟁했던 만큼 조직 통합을 위해 위 사장을 배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밖에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이동환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등 계열사 대표와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지주사 내부 인물들이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 내부 인물로는 서현주 영업기획그룹 부행장, 최병화 기업그룹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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