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헌재의 탄핵안 심리 착수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선 테마주’가 출렁이고 있다. ‘대선 테마주’란 차기 대권 후보들과 관련된 회사들의 주식이다. 회사의 경영 상태나 성장 가능성보다는 대선 주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보통 인맥주, 정책주, 지역주로 나뉜다. 대선 때만 되면 ‘카더라’식으로 테마주들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어떤 종목이 테마주인지 정확히 분간하기는 힘들다.

테마주는 후보의 지지도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워 투자자가 언제든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종목이다. 특히 탄핵정국에 놓인 우리나라처럼 차기 대선구도가 안개속일 경우 대선 테마주가 주식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차익을 노리려는 ‘작전세력’이 활기를 쳐 금융당국 또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잡음을 양산하고 있는 소위 ‘문재인 테마주’, ‘반기문 테마주’ 등 대선 테마주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뉴시스)

탄핵정국 초반에는 반기문 전 총장 테마주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파인디앤씨(반 전 총장의 짝퉁 테마주) 사태로 인해 반기문주가 상당히 위축되었고 그 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문재인 테마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1위를 유지하고 있어 테마주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전 대표이였다. 2012년 한차례 대선전을 치른 만큼 문 후보와 관련된 키워드도 굉장히 많다.

문 후보의 테마주는 학력(경남고·경희대,덕경회), 지역(부산·경남), 지연(사법연수원·참여정부) 그리고 공약·정책 관련주로 등으로 구성된다. 증권가에서는 문재인 테마주로 많게는 40개까지 업급되고 있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 거론되는 문재인 테마주들은 ▲우리들휴브레인‧우리들제약(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상호씨의 부인이 최대주주이자 문 후보 법무법인과 법률자문관계) ▲서희건설‧유성티엔에스(이봉관 회장이 경희대 총동문회장) ▲대성파인텍(비상근 등기임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근무) ▲영화금속(부산기업, 문 후보가 지지했던 가덕도 신공항 테마주) ▲동방선기(부산기업, 가덕도 신공항 테마주) ▲엔케이(부산기업) ▲대한제강(오완수 회장이 경남중‧고 출신 경제인 모임인 덕경회 회장) ▲조광페인트(양성민 회장이 덕경회 회원) ▲신일산업(송권용 대표이사가 경희대 동문) ▲태광(윤성덕 이사가 경남고 총동문회 부회장) ▲DSR제강(홍하종 대표이사가 경남고 동문) ▲케이피피(임훈 대표이사와 문 후보 지인) ▲이구산업(손인국 대표이사가 경희대 동문) ▲바른손(문 후보 법무법인과 법률자문관계) ▲뉴보텍(한거희 대표이사가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 등이 있다.

문 후보의 출신고교는 경남고등학교다. 경남고는 부산지역의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정·관·재계 곳곳에 수많은 지도층 인사를 배출해왔다. 이러한 경남고 출신 경제인 모임인 ‘덕경회’ 관련 기업들이 문재인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결성된 덕경회는 부산·경남지역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70여명 규모의 모임이다.

덕경회로 연결된 문재인 테마주로는 ‘조광페인트’, ‘대한제강’ 등이 있다. 양성민 조광페인트 회장이 문재인 후보와 경남고 동문이자 덕경회 멤버로 고교 동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제강 경우 오완수 회장이 경남고 출신 경제인 모임 ‘덕경회’ 회장을 맡은 이력이 알려지며 문재인 테마주에 편승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직접 덕경회 모임에 참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제강과 조광페인트 측은 문 후보와 어떠한 유착 관계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회사의 대표가 문 후보와 경남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엮인 ‘DSR제강’의 경우 오늘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20일 오후 3시 DSR제강은 전날보다 18.7% 오른 1만4600원에 거래됐다. 홍하종 DSR제강 대표이사가 문 후보와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된 뒤로 급등 흐름을 유지 중이다.

문재인 테마주를 살펴보면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주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이상호 우리들병원장과 관련된 ‘우리들휴브레인’, ‘우리들제약’ 등이 있다. 우리들휴브레인은 이 원장의 전 부인인 김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이 원장과 김씨는 지난 2012년 6월 합의 이혼한 사이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테마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들제약은 우리들휴브레인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문재인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12년 초까지만 해도 동전주에 불과했지만 2012년도 대선을 치르며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대박주’로 부각된 바 있다.

문 후보의 출신 대학인 경희대 동문이 경영하는 회사들도 일제히 문재인 테마주로 등극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서희건설이다.

서희건설은 이 회장이 1994년 설립해 병원·학교·교회·군부대 조성 사업에 특화한 중견 건설사다. 매출액은 지난해 1조 원을 넘겼고 올해는 시공 능력 평가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희건설 이 회장은 경희대 총동문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4월에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동문들에게 메달과 꽃다발을 직접 전달하며 당선을 축하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희건설주는 문 후보의 행보에 따라 꾸준한 등락세를 보여왔다.

이 밖에도 다른 문재인 테마주인 고려산업, 대성파인텍, 이구산업들도 최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정치 테마주에 대해 자칫 투기 세력의 온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오른 종목들은 ‘과열’ 징후가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성파인텍 관계자의 경우 지난 16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다는 이력만으로 테마주로 엮이는 거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며 말도 안되는 정치테마주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금융당국도 이상 급등 종목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치테마주 단속에 한창이다. 대선 테마주는 정치 이슈라는 리스크에 연동되는 데다 실제 친분을 가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급등락을 예측해 매매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앞으로도 문 후보의 테마주가 강세를 이어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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