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부동산 침체와 정부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미분양 우려가 만만치 않다. 도급순위 10대 건설사들이 내세운 브랜드 아파트마저 ‘분양 참패’의 쓴 맛을 보고 있을 정도다. 이는 수도권에서 브랜드 아파트의 완판 행진이 이어졌던 11.3대책 이전과 상반된 분위기로 차짓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3대책 이후 계약 포기 사례 급증

23일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11.3대책 이후 수도권 분양아파트에서 당첨자 및 예비당첨자 정당계약 기간 중 완판 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11.3 대책에서 ▲5년 내 재당첨 제한 ▲세대주 아닌 사람의 1순위 청약 금지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청약 1순위 제외 등으로 청약 요건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등 청약 조정대상지역에서 1순위 청약자격과 재당첨제한이 강화되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11.3대책 이전보다 4~5배 급증했다. 또한 전매제한 강화로 정당계약 전후 초기 프리미엄이 붙지 않자 비로열층 당첨자 중심으로 계약 포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분양한 서울 반포 래미안리오센트에서는 청약 부적격자가 당첨자의 29%나 나왔고, 연희 파크푸르지오에선 20%,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에선 14%나 됐다. 과거 10% 내외였던 부적격자 비중이 11.3 대책 이후 부쩍 높아진 모습이다.

이로 인해 당첨자와 예비당첨자에 이어 내집마련 추첨(무통장 무순위 사전예약제)까지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3 대책 이후 청약 경쟁률이 낮아진 대신, 내 집 마련 신청은 2배 이상 늘었다는것이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내 집 마련 추첨은 청약과 예비당첨자 추첨까지 모두 끝나게 되면 미계약 물량에 대해 신청서를 쓴 수요자를 대상으로 당첨 기회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내 집 마련 추첨의 경우 11.3 대책의 핵심 규제인 전매제한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분양 물량을 매매하는 개념이라 청약 경쟁률 거품을 뺀다는 취지의 부동산 대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 계약은 미분양 물량이 분양의 대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로열층’을 분양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미분양 물량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개선 여지는 있는지 등을 살펴 신중한 계약을 해야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첫 분양에 나선 ‘동탄2 아이파크’가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아이파크자이래미안 등 ‘미분양 리스크’

미분양 현상은 11.3 대책을 이후 뚜렷하게 두드려졌다. 

고덕주공 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그라시움은 지난해 10월 초 분양 당시 1621가구 공급에 3만6017명이 몰렸다. 지난해 서울 최다 청약건수를 기록했다. 마포구 신수1구역을 재건축하는 신촌숲 아이파크 또한 지난해 10월 평균 74.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395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에서 무려 2만9545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11.3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하락하며 조정장세가 시작됐다. 청약경쟁률은 종전보다 3분의 1로 줄어들며 미계약이 늘어나는 추세다.

11.3대책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연희 파크 푸르지오는 일부 1순위에서 미달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리오센트는 청약경쟁률 평균 12.3대 1로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미계약이 발생했다. 래미안 리오센트의 경우 11.3대책에 따라 1순위 청약자격이 강화된 걸 모르고 청약했다가 부적격 당첨자가 된 청약자가 25%에 달했다. 또 비로열층 당첨자중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데다 전매 금지로 자금부담이 커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집마련 추첨을 통해 전용면적 59㎡(28가구)는 100% 계약됐으나 전용 84㎡(118가구) 일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서울 잠실권역에서 6년 만 처음 분양하는 신규아파트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었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또한 내집마련 추첨까지 가서 겨우 완판됐다. 신촌그랑자이, 래미안 아트리치 등도 내집마련 추첨까지 갔다.

올해 첫 분양에 나선 현대산업개발의 ‘동탄2 아이파크’도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다.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화성 동탄2신도시 A99블록과 A100블록 아이파크(총 980가구)의 경우 2순위에서도 미달되며 미분양이 발생하며 굴욕을 맛봤다. 이 단지는 두 개 블록으로 구성된다.

A100블록은 총 509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청약 신청자는 279가구에 그쳤으며 A99블록은 총 467가구에 26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청약 경쟁률이 0.7대 1에 불과해 실제 계약률은 50% 밑돌 전망이다.

동탄2 아이파크의 경우 분양가를 2015년 12월 신안이 처음 분양했을 때보다 3.3㎡당 100만원 비싼 1103만원으로 책정한 것이 미분양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울 양천구 목동파크자이도 6.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은 했지만 전용면적 84㎡에서 미계약이 발생했다.

이렇듯 11.3대책 이후 분양시장은 중도금대출 규제 및 전매제한 강화 등으로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 시장이 됐다. 한 번 당첨이 되면 5년내 1순위 청약을 못하기 때문에 분양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청약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메이저 건설사도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분양가, 주택형, 기반시설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정부의 규제 강화 조짐 등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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