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

설 연휴 이후 거취 결정 정치권 주목

기대 못미친 귀국효과, 정치권 광폭행보

바른정당 우세 속 제3지대 기대감 증폭

사퇴 일축, 좁아진 선택지 깊어진 고민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최종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지만 당적이 없는 반 전 총장이 어디에 정치적 둥지를 틀지 대선판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창당 가능성도 열어놨던 반 전 총장 측은 귀국 후 정당 입당이나 연대 쪽으로 방향을 굳히면서 경우의 수도 크게 좁혀졌다. 하지만 귀국 후 반 전 총장의 서민행보가 각 종 잡음과 함께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컨벤션효과 마저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의 구애 열기가 기대와 다르게 식어가면서 반 전 총장의 선택 또한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거취 결정을 못 박았던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반 전 총장과 정치권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역시 바른정당?

 

반 전 총장이 선택할 가장 가능성 높은 곳으로 바른정당이 꼽히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범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돼 오면서 보수진영과 중도 층이 주요 지지기반이다. 이를 기반으로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내세운 만큼 진보진영의 선택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문재인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택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보수진영으로 발걸음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초 입당 가능성이 컸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대선 후보를 내기조차 어려워지면서 선택지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또한 ‘진짜보수’를 내세우며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대권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데다 두 후보의 지지율도 아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당 세력 확대와 대권 경쟁 구도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 전 총장의 합류를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과 합류를 기대하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서는 충청 출신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반 전 총장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 시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친박색채가 덜한 의원들의 대거 탈당이 예상된다. 이 경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38석)을 넘어 원내 3당이 되는 것은 물론, 보수 적통을 놓고 신경전 중인 새누리당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반 전 총장을 향한 구애의 손짓도 크게 식지 않았다는 것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대목이다.

바른정당 당 대표에 내정된 정병국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가장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며 “(반 전 총장이) 들어오시게 되면 지금 기존 분(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 등)들과 치열한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이 보수를 대변하고 현 상황을 치유할 수 있는 차기의 리더가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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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바른정당 최고위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캠프 영입제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은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영입 제안도 입당을 염두해 둔 것인지 오 전 시장의 당 이탈 후 합류를 염두해 둔 것인지 불분명하다.

또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의원 등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자를 비롯해 내부에서는 ‘추대는 없다’며 공정한 경선 참여를 제안하고 있어 반 전 총장이 이를 받아 들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답보상태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바른정당과 기대만큼 시너지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설마 새누리당?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지만 반 전 총장 선택지에서 새누리당이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9명을 만나 “새누리당에 안간다고 얘기한 적도, 바른정당에 간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직간접적으로 “새누리당에는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과 여건이 허락과는 초선 의원들의 이야기 듣고 싶다는 (반 전 총장 측의) 입장이 전달돼 만남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중도사퇴 없이 끝까지 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집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새누리당 입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만남 또한 새누리당 입당보다는 반 전 총장 측의 세 확보 차원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반 전 총장의 영입에 적극 나섰던 새누리당 또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 '이브닝뉴스'에 출연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정책과 정치적 가치도 안 밝히고 다른당 국회의원들을 만나자고 해서 바람잡고 있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된다”며 비난키도 했다.

 

혹시 국민의당?

 

바른정당 외에 반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국민의당이 꼽히고 있다. 비록 국민의당에서 반 전 총장과을 약한 강도로 비판하고는 있지만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친박하고 친문 빼고 다 모여라’를 강조하며 보수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국민의당 또한 반 전 총장에 구애의 손짓을 보낸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 행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에 몸담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보다 국민의당에 가는 것이 더 시너지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을 내세운 반 전 총장과 중도 지향적인 국민의당의 색깔과도 부합된다는 해석이다.

특히 개헌론 등과 맞물려 부상하고 있는 ‘빅텐트’나 ‘제3지대’를 염두한 포석에서도 국민의당과의 입당이나 연대가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 대권주자와의 경선이라는 큰 산이 반 전 총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여기에 박지원 당 대표가 반 전 총장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

헤처모여 ‘제3지대’?

 

입당이 아닌 연대와 연합세력 구축 가능성 또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개헌을 기치로 내걸고 반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한 제3지대나 빅텐트론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고 설 연휴 전까지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을 비롯해 제3지대 인사들과의 회동 일정을 계획한 것을 두고 ‘제3지대’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반 전 총장은 선 연휴 직전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인과의 광폭회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오 전 서울시장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25일에는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간담회가 예정돼 있으며,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이나 정치적 비전, 앞으로 있을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편을) 가르지 않고 일을 하겠다”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 제3지대의 ‘빅텐트’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특정정당에 합류하는 대신 제3지대에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헌과 보수대통합, 경제민주화, 친문(문재인)패권 척결 등을 연결고리로 반문대열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또한 기존 정당 입당 보다는 신당 창당 또는 연합대오 형식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하는 구상으로 ‘자금’이라는 부담을 이겨내야하는 조건이 따르고 있다. 앞서 이에 대한 부담을 피력했던 반 전 총장이 쉽게 결정하기 힘든 대목이다.

 

중도 사퇴는 없다?

 

반면 보수와 진보, 영호남을 가리지 않는 광폭행보를 두고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고 있는 반 전 총장의 고민이 깊어진 결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설 명절을 앞두고 정치인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지지율 반등을 시도, 선택 가능성을 더 넓히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전에는 정치인과의 접촉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반 전 총장 귀국 전날인 11일 “정치인들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모르겠다. 적어도 설 연휴까지는 삶의 현장을 다니며 국민 목소리를 듣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설까지는 정치적 이벤트 등을 하지 않고 민생행보를 하자는 것이 방침”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귀국 이후 ‘귀국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는 커녕 턱받이, 생수, 퇴주잔 논란 등 온갖 구설수에 휩싸이며 보여주기식 민심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정당별 뜨겁던 입당 권유 열기도 빠르게 식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해지면서 반 전 총장의 고민이 더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에 중도 사퇴론도 제기됐다. 일단 반 전 총장 측은 “중도 사퇴는 없다”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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