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현대중공업이 내우외환에 빠져들고 있다. 극심한 조선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주잔량이 처음으로 일본에 밀려 3위로 떨어졌고, 임단협도 여전히 협의점을 찾지못해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기에다가 금속노조 교섭대표가 임단협 협상장에 나온것을 두고 노사의 팽팽한 기싸움이 더해지며 '설 전 타결'을 노렸던 교섭이 더욱 꼬이고 있다.

 

1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해 넘긴 임단협 조기타결을 촉구하며 울산본사 노조사무실 앞에서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日 조선사에 역전, 3위 미끄덩

23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에 밀려 지난해 12월 세계 수주잔량에서 3위로 미끄러졌다. 현대중공업이 이마바리조선보다 수주잔량이 적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95만2천CGT(135척)이다. 이마바리조선의 수주 잔량은 626만3천CGT(204척)로 현대중공업 보다 많았다. CGT는 선박의 무게에 선박건조 난이도, 부가가치 등을 고려해 산정한 가치환산톤수를 뜻한다.

지난해 11월말에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637만8천CGT(142척)로 2위였고, 이마바리조선은 수주잔량은 626만CGT(204척)로 3위였다. 단 3개월 만에 이마바리 조선에 역전당한 셈이다.

2015년 12월과 비교하면 더욱 악화된 성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015년 12월에 961CGT(218척)로 전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이마바리조선은 수주잔량 상위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은 지난해 2월 말 삼성중공업을 밀어내고 3위로 첫 진입한 뒤 10개월 만에 현대중공업까지 제쳤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조선사는 최근 수주잔량에서 일본조선사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수주잔량은 1989만CGT(472척)으로 집게됐다. 한국조선사의 경우 대우조선해양(679만3천CGT, 1위)은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삼성중공업(403만6천CGT)은 4위로 밀려나며 400만CGT선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반면 일본의 수주잔량은 2006만CGT(835척)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이처럼 일본조선사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자국 선사의 발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조선소들도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중국의 국영선사인 코스코(340만6천CGT)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7~9위는 각각 일본의 재팬마린유나이티드(273만9천CGT), 중국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269만6천CGT), 중국 양쯔장 홀딩스(262만1천CGT)에 돌아갔다.

 

설 전 임단협 타결 물건너가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보장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설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협의점을 찾지못했다. 교섭대표의 변경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이미 해를 넘긴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이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금속노조가 처음으로 참여한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교섭이 결렬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상부단체인 금속노조 교섭황우찬 부위원장과 함께 임단협 74차 교섭에 참여하려 했으나 사측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교섭에 앞서 금속노조에 단체교섭권이 있는지 근거를 요청했지만, 노조가 제출하지 않았다는게 현대중공업이 불참의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오늘 교섭은 노조에서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측 관계자를 동행했기 때문에 무산된 것"이라며 "단체교섭의 정당한 상대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교섭 거부의 정당성이 인정된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금속노조로 전환했고 교섭권이 있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황 부위원장에게 위임한 것"이라며 "회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교섭을 계속 거부한다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노사의 한치의 양보없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날 예정됐던 교섭이 무산되며 설 전 임단협 타결은 물 건너갔고, 향후 교섭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8개월 간 7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거듭했으나 해를 넘긴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사측은 △임금 10만원 인상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격려금 100%+150만원 △상여금 800% 전액 통상임금 적용 등이 담긴 2차 제시안을 전달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기본급 20% 반납, 사업 분할 시 상호 협조, MOS 전적거부자 재배치 등도 제시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2016년도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비롯해 성과급 250% 이상 지급,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측이 분사 안을 내놓은 이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노조는 분사안 전면 철회를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12년 만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복귀한 상황이다.

노조는 분사한 업체로 이직을 거부하는 근로자는 기존 직무와 비슷한 자리에 배치하고, 분사한 회사는 고용과 기존 근로조건 승계를 2018년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대중공업과 분사한 회사의 조합원이 현대중공업 노조 소속으로 계속 남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반면 사측은 올해까지만 고용을 보장하겠으며, 분사한 노조의 자사 귀속 여부에 대해서는 법인이 달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앞서 현대중공업 강환구 사장은 20일 회사 소식지를 통해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고통분담을 촉구 한 바 있다. 노사 협의를 통해 경영개선 계획을 더욱 신속히 이행하라는 채권단 압박이 시작되자 사실상 노조측에 최후통첩을 선포한 것이다.

강 사장은 "회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회사는 주채권은행의 인력조정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배 한 척 수주가 시급한 지금 노사문제를 설 이전에 마무리 짓고 힘을 모아 위기극복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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