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예술과 외설은 양쪽의 구분선을 넘나든다. 작품을 대하는 시선이 개인의 지향점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한쪽에서 예술이라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선에서는 외설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만큼 예술이냐 외설이냐에 대한 논란은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되어 왔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D.H.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사랑』이라는 작품이다. 192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외설논쟁으로 인해 고국인 영국에서 발간되지 못하고 이탈리아에서 먼저 발간되었다.

그러다 1960년에 이르러 영국에서 무삭제 출판이 가능하게 된다. 하반신 불수가 된 남편과의 생활에 우울증을 갖게 된 콘스턴스라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그의 연인이 된 멜러즈와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현재적 시선에서 봤을 때 외설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작품이다.

오히려 당시 남성 우월적인 사회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혁명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나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맞물려 외설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탈리아 대부호인 보카치오가 1349∼1351년에 쓴 『데카메론』은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최초의 산문 작품으로 단테의 『신곡(神曲)』과 비견되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 역시 지배계층이자 지식층이었던 교회에 의해 금서목록에 올려진 작품이었다.

외설 행위를 일삼는 승려가 파계를 하고 수녀가 처녀로 변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데 이와 관련, 19세기 이탈리아 문예비평가인 상크티스는 이 작품을 새로운 시대정신의 표현으로 보고 중세의 교회와 봉건제도를 조소하는 신흥 부르주아지 사회의 승리의 기록이라고 단정한다.

외설 논란은 서양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법정에서 처음 다뤄진 외설 논란은 1969년 ‘유엔성냥 사건’이다. 당시 유엔화학공업사 대표 신상철씨가 스페인 화가 고야의 작품‘나체의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해 판매해 음화제조 및 판매죄로 기소됐다. 당시 대법원은 “명화라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음란물이 될 수 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1990년대는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성개방화가 진행된 시기로 92년 소설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 교수, 95년 연극《미란다》의 연출자 최명효씨, 97년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장정일씨가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대법원은 95년 “문학작품이라고 해서 무한정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며 마 교수에게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창조적 활동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해학과 풍자를 예술이라 표현하고 허구를 예술이라 칭하는 것도 인간의 창조적 사고에 의해서 현실을 앞질러 새로운 상상력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제18조, 21조, 22조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UN의 세계 인권선언(1948년) 19조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해 주최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인 ‘더러운 잠’의 논란이 일고 있다. 나체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을 그린 이 작품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인격모독·성희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으며 국회 사무처는 해당 작품에 대해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다. 표의원도 "표현의 자유 영역이나 책임질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표의원은 "저를 대상으로 한 조롱과 희화화, 패러디, 풍자 예술 작품에 개입하거나 관여하거나 반대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같은 마음으로 대통령이나 권력자, 정치인 등 공적인물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달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할지는 그 사회의 규범과 통념에 따르는 것이 보편적 정서이다. 이 그림이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그 대상이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는 것.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참으로 모호하기 그지 없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