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 설 명절은 유통가의 ‘명절 특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정육, 굴비 등 고가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수요가 감소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공식품 및 생필품, 건강식품 선물세트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 특히 국내 축산업계는 설 명절 대목 장사에서 매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설날을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설맞이 명절선물전에서 관람객들이 5만원 이하인 선물을 모아놓은 영란선물 특별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 선물세트 판매율 감소

31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5% 이상 신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축산(-3.9%), 청과(-7.8%), 굴비(-14.6%) 등 고가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설 D-1기준)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공식품 및 생필품(20.9%)과 건강식품(11.8%) 매출은 나름 선방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설날 하루 전인 27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우와 사골 등 정육 부문 매출이 12.5% 급감했다. 수산과 청과도 매출이 각각 11.5%, 12.3% 역신장했다. 그나마 홍삼(10.9%)과 비타민(4.4%) 등 건강식품 매출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12~26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로 축산(-3.1%), 농산(-3.1%), 수산(-7.4%) 등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며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비중과 판매가 늘기는 했지만 마진율이 낮아 실제 수익률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설 매출 ‘직격탄’

청탁금지법은 특히 ‘축산업계’의 설 대목 매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선물 기준으로 제시된 금액이 5만원에 불과해 국내 축산업계는 설 명절을 맞아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은 상품을 내논는 등 맞춤 선물세트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4만9000원대 선물세트에 택배비를 포함하면 청탁금지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레 설 명절 선물에서 축산품을 제외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롯데백화점의 축산부문 설 선물세트 판매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진행된 설 선물세트 판매율에서 축산부문은 전년동기대비 12.5%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축산부문 매출도 3.1% 감소한 것으로 타났다.

반면 수입산 축산품 판매는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로 팔린 수입산 축산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7%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 동안 수입산 축산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수입산 축산품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국산 농수산물이 외면받고 수입 농수산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쓰러져가는 농수산축산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