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 설 명절은 유통가의 ‘명절 특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정육, 굴비 등 고가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수요가 감소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공식품 및 생필품, 건강식품 선물세트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 특히 국내 축산업계는 설 명절 대목 장사에서 매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선물세트 판매율 감소
31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5% 이상 신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축산(-3.9%), 청과(-7.8%), 굴비(-14.6%) 등 고가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설 D-1기준)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공식품 및 생필품(20.9%)과 건강식품(11.8%) 매출은 나름 선방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설날 하루 전인 27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우와 사골 등 정육 부문 매출이 12.5% 급감했다. 수산과 청과도 매출이 각각 11.5%, 12.3% 역신장했다. 그나마 홍삼(10.9%)과 비타민(4.4%) 등 건강식품 매출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12~26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로 축산(-3.1%), 농산(-3.1%), 수산(-7.4%) 등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며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비중과 판매가 늘기는 했지만 마진율이 낮아 실제 수익률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설 매출 ‘직격탄’
청탁금지법은 특히 ‘축산업계’의 설 대목 매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선물 기준으로 제시된 금액이 5만원에 불과해 국내 축산업계는 설 명절을 맞아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은 상품을 내논는 등 맞춤 선물세트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4만9000원대 선물세트에 택배비를 포함하면 청탁금지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레 설 명절 선물에서 축산품을 제외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롯데백화점의 축산부문 설 선물세트 판매율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진행된 설 선물세트 판매율에서 축산부문은 전년동기대비 12.5%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축산부문 매출도 3.1% 감소한 것으로 타났다.
반면 수입산 축산품 판매는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로 팔린 수입산 축산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7%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 동안 수입산 축산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수입산 축산품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국산 농수산물이 외면받고 수입 농수산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쓰러져가는 농수산축산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