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대선 포기, 與野 혼란...대권주자들 속내는?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명절 이후 거취를 밝히겠다던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의 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단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대선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이날 국회를 찾아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을 예방한 직후 이뤄진 것이라 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반 전 총장이 레이스를 중도 하차한 데 대해 각 정당과 대권 용꿈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속내는 제각각일 거라는 분석이다.

김무성(좌) 바른정당 의원, 황교안 권한대행(사진=뉴시스)

새누리당, 바른정당 혼란 속 바람 부는 황교안

먼저 둘로 나뉜 여권은 반 전 총장의 대권 포기로 적신호가 들어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독주로 대선 레이스가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양강구도를 보이고 있던 반 전 총장이 차선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백기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꿈과 비전을 포기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헌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할 확률은 극히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국면이 한창인 때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하는 건 정치적 이득도 없고 승산이 적기때문에 바른정당으로 거취를 정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적극적으로 반 전 총장에 대한 구애를 펼쳤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선택에 대해 "큰 충격"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여권의 가장 유일한 카드였다. 여권 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반 전 총장의 지지율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다.

따라서 유 의원과 남 지사는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이들의 경선을 통한 외연확장과 흥행몰이를 할 기회를 잃었지만 실제 주자들에게는 유력 후보의 이탈로 한층 더 수월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레이스 하차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망론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에 대해 "황교안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에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내일부터 20%는 거뜬하다"라면서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국무총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한대행에서 대선후보로 간다. 황교안은 복장 중에 '福將'이고 운장 중의 '運將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좌)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사진=뉴시스)

문재인 좋은 건가? 안철수 일단 2위 선점

반 전 총장의 레이스 하차는 야권에서도 셈법이 제각각이다. 문 전 대표가 독주를 달리고는 있다고 하나 '1대1' 구도에서 '1대 세력'의 구도로 바뀌어 조금 불리해진 상황이라는 측면도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부터 갖가지 구설수에 오르며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문 전 대표의 독주는 시작됐다. 겉보기로는 독주지만 사실상 여야를 대표하는 양강구도로 라이벌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자 문 전 대표를 맞상대하는 주자는 일단 사라진 상황으로 독주를 막기 위한 연대의 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이 레이스를 더 길게 끌었다면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자연스럽게 더 힘을 받을 수 있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뒤쳐져 지지율 4위를 기록하다 단숨에 2위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 시장이 당장은 2위로 뛰어올라가지만 민주당 경선을 통한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일단 문 전 대표나 이 시장 중 한 명은 경쟁대열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반대기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돼 반문 세력이 안 전 대표로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럴경우 반 전 총장으로부터 불어오던 '제3지대'론에 대한 정치권 바람이 안 전 대표로 향해 문 전 대표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설 이후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어 그의 예지력이 주목받고 있다.

향후 대선 국면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결로 펼쳐질 거라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의 향후 전략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대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일단 5파전 양상으로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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