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우리나라 대표 텃새는 참새다. 참새는 잡식성으로 먹는 먹이가 다양한데 번식기인 여름에는 곤충을 주로 잡아먹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풀씨나 낟알을 주로 먹는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먹이를 구하는 방법이 쉽지 않아 사람들의 집 주변 방앗간에 모여들어 벼 이삭과 볍씨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추위를 피했는데 번식기 이외에는 무리생활을 하는 특성상 시끄럽게 지저귀는 것을 보고 유래된 말이 ‘참새 방앗간’이다.

이밖에 꿩 종달새 멧비둘기 까치 등도 우리나라에서 일 년 내내 볼수 있는 대표적인 텃새이다. 반면 계절에 따라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새들을 철새라고 한다. 이른 봄 남녘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월동을 위하여 남하하는 여름새와 가을에 북녘에서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고 봄에 번식을 위해 북녘으로 이동하는 겨울새가 있다.
또 나그네새와 떠돌이새도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여름새는 64종이며 겨울새는 112종, 나그네새 90여종 등 총 266종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비 뻐꾸기 백로 물총새 등이 대표적인 여름새이며 기러기 독수리 두루미 등이 겨울새이다. 도요새 물떼새는 나그네새에 해당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철새들이 텃새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빛의 왜가리는 원래 여름철새지만 지금은 철새이가도 하고 텃새이기도 한 새가 되었다. 겨울철새인 흰뺨검둥오리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철새의 텃새화 현상은 지구온난화가 주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철새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대중에게 회자되는데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적 경향을 떠나 개인의 사익을 위해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을 뜻한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철새정치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의 생존율은 몇몇을 제외하고 그리 높지 않다.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감시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른바 ‘피닉제’라 불리는 이인제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4번째 대권도전을 선언한 그는 1948년 제헌국회 이래 2500명이 넘는 의원 중에서 9개의 당적을 가졌던 세 명 중 한명이며 무려 13번이나 당적을 바꿨기 때문이다.

최근 보수층의 유력한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대선판도가 격랑에 휩쓸렸다. 특히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경우 당혹스러움과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사퇴의 변으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가 실망스러웠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정치권에 사퇴의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대선 완주에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었다.

그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실망해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그에 대한 혹독한 검증절차는 이제 시작이었다. 때문에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각 정파들의 손길은 주춤해졌으며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그와 행보를 함께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정치인들도 합류시점을 저울질 하는 등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정치판에서 텃새정치인들만큼 버틸만한 체력이 되지 않다고 판단, 스스로 대권 레이스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텃새일지 몰라도 정치판에 녹아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이러한 파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과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불출마는 여러 정치인들을 곤경에 빠트렸다. 바른정당 합류를 거부하고 반 전 총장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나경원 의원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곤란한 위치에 몰렸다.
‘반기문 대망론'에 힘쓰던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경대수·성일종·권석창·이명수·박덕흠·이종배·박찬우 등 충청권 의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파나 정치인들에게 가진 섭섭함을 대선출마 포기라는 폭탄으로 돌려준 것이다.

철새가 텃새가 될려면 먼저 혹독한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텃새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반 전 총장은 어쩌면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직시하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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