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한진해운이 역사속으로 침몰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는 끝이 아닌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정부와 경영진의 책임론이 재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국가 신임도에도 큰 타격이 발생한 만큼 사태의 책임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한진해운이 사실상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더는 영업이 불가능해 사실상 청산 쪽에 무게가 기울어져 조만간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결정과 파산 선고가 내려질 것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1977년 설립한 한진해운은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1위, 세계 7위에 해운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급격하게 불어 닥친 해운업 불황과 정부와 경영진의 정책 실패 및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라는 잇단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이를 두고 국내 1위 선사를 파산까지 내몬 것에 대한 책임 규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가 큰 배경이지만 금융논리에 치중됐던 정부의 정책실패가 해운업의 몰락을 초래했는 지적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해운 위기 상황에도 불구 장기적인 안목과 관심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사태를 M&A나 사업권 양도 등 시장경제를 통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안목과 의지가 없었던 정부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논리를 앞세워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몰았다. 이 과정에 국정논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도 찝찝한 대목이다.

한진해운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최은영 전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최 전 회장은 남편 조수호 회장이 사망한 2006년부터 2014년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했다. 한진해운의 위기는 최 전 회장이 대표직을 맡고 있을 때 불거진 것이다.

해운업 호황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용선료를 비싼값이 대여하는 등 향후 글로벌 경기를 전망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들이 한진해운의 위기를 불러왔다. 결국 글로벌 해운위기의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한진해운의 부채는 155%에서 1445%까지 약 10배 가량 늘었다.

최 전 회장은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손을 땠다. 당시 누적된 부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채 말이다. 오히려 경영권을 넘길 당시 연봉과 퇴직금 명목으로 97억원을 챙겼고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 그룹 내 알짜 계열사를 가져하며 제 이익만 챙겼다.

그 후로 한진해운이 상황이 더욱 악화됐지만 최 전 회장은 이를 외면한 채 침몰하는 회사에서 발 빼기에 급급했다. 한진해운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해 주식을 팔아치워 이른바 ‘먹튀’ 논란의 휘말리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두 딸과 함께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인 2016년 4월 6일부터 20일 사이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97만여 주를 모두 팔아 치웠다. 최 전 회장은 주식을 팔기 직전 한진해운 실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측과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약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최 전 회장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확산되자 최 전 회장은 결국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한진해운의 경영 부실 책임을 묻는 국감 자리에서 100억원의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100억 가지고는 전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최 전 회장은 "100억 원이 재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못 박았다. 추가 부담은 어렵다는 뜻이다.

최 전 회장은 국감 자리에서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전문 경영인들과 의논을 통해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돼 함께 고생한 직원과 주주,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전했으나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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