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이달 4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 시행될 표시기준이 기업 입장을 대변한 ‘반쪽짜리 제도’라며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식용GMO 수입국으로, 아직까지 계속되는 GMO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GMO표시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개정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GMO 표시제 확대)’이 오는 4일부터 확대 시행된다. 주요 내용은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범위 확대 △Non-GMO 표시 △활자크기 확대 등이다. 적용 대상은 4일 이후 제조·가공되거나 수입되는 식품이다.

개정된 제도의 핵심내용은 원재료 사용량과 상관없이 GMO가 들어간 상품에 GMO 표시를 하게 한 것이다. 기존의 GMO 표시 범위는 가장 많이 들어간 1~5위까지의 원재료였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사용량에 상관없이 GMO가 들어간 제품에는 뒷면 원재료 정보에 표시해야 한다. 정보가 담긴 글씨 크기도 기존 10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표시제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MO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식용유, 카놀라유, 간장, 액상과당 등은 표시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제외된 이유는 이들 제품이 열처리, 발효 등의 정제 과정으로 유전자변형 DNA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 검사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체감 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5년간 우리나라는 총 1067만712톤의 식용 GMO 농산물을 수입했다. 이 중 식품기업 5곳이 전체 수입량의 99%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214만5000톤이 수입됐다. 이렇게 수입된 거의 모든 전량이 식용유와 간장, 액상과당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수입 GMO 농산물은 거의 100% 식용유나 전분당 등 GMO 표시 제외 품목 제조에 사용되며 두부나 과자 등에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제도 변화로 인해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GMO를 사용하고 있는 식용유 생산업체 등 주요 식품기업은 GMO 표시제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면제 조항에 소비자단체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쿱생협 측은 “현재 대부분 GMO 농산물이 표시 면제 식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제한받고 있어, 유해성을 떠나 원재료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측은 “GMO 표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표시만 강제할 경우 소비자들의 지나친 우려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인체에 해롭지 않은 식품까지 보이지 않는 규제 대상이 될 경우 식품산업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대표 유기농산물 유통업체인 초록마을과 올가 등은 침묵하고 있는 중이다. 비GMO 식품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차별점을 둬야 유기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음에도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모회사가 대상 등 GMO 원료 사용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