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정치인' 발돋움한 유승민, 단숨에 대선 주자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보수정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가장 난관에 봉착한 세력은 바른정당이다. 반 전 총장이 거취를 바른정당으로 결정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정가의 분위기와는 달리 그는 예고 없이 중도하차를 선택했다.

야권의 '문재인 대세론'에 맞설 가장 유력한 카드가 사라져 대선 경선 흥행몰이 마저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야권의 비판과 같은 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의 마찰을 빚고 있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바른정당 소속으로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의 주도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 둘 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자진사퇴와 컷오프는 한국 정치사에 진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올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유 의원은 보수의 개혁을 외치며 대권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유난히 시련이 많았던 유 의원의 정계 성장스토리를 되짚어 봤다.

 

'배신의 정치'에서 '소신 정치인'으로
朴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꼬리표 돼
컷오프 시련 이겨낸 대선주자 유승민
위기의 바른정당 후보단일화가 살길?

 

박 대통령과 결별,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씁쓸한 사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000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여의도연구소장에 발탁해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처음 금배지를 달았고, 2007년에는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캠프의 정책공약을 담당한 핵심 측근이었다.

유 의원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여름이다. 그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극심한 갈등으로 결국 자진사퇴하는 비운을 맞이해야 했다.

이때부터 이 둘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그렇지만 유 의원을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시키고 지금의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까지 올라오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도 나와 정치적으로는 득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5년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취임한 유 의원은 그해 7월 8일 5개월여 동안의 짧은 임기로 직을 마감했다. 당초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하는 초유의 사퇴로 새누리당의 내홍사태는 극에 달했다.

당시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유승민 정국'은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단초가 됐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법 제98조2항을 '국회는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소관 기관의 장에게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부처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로 바꾸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법안은 '시행령이 법률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는 소관 부처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박 대통령의 권한에 도전적이라는 청와대 판단에 따라 갈등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이에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 업무를 마비시켰고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 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다"라며 "정치는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지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선 안 된다. 신뢰를 어기고 패권주의를 양산하는 배신의 정치는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며 사실상 유 의원에 대한 국민심판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유승민 의원(사진=뉴시스)

'TK물갈이론'에서 살아난 유승민 전국구 정치인으로

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지난 4·13총선으로도 이어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체제 아래 시작된 컷오프로 인한 당내 친유승민계의 척결이 진행됐다.

유 의원을 비롯한 류성걸·권은희 전 의원 등을 컷오프 하는 강수를 두고 이른바 'TK물갈이론'을 등장시켰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친유승민계의 지역구에 전략적 진지를 구축해 총선 전쟁을 벌였다.

창와대가 '진박' 논리를 펼치며 의도적으로 '유승민 쳐내기'를 시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결국 유 의원은 당을 떠났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해 75.74%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이며 당당히 당선됐다.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공관위의 무공천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대구는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무조건 1번'이라는 심리가 지배적인 지역이었다. 그러나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결과로 패권정치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수만에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며 31년 만에 보수성향이 짙은 지역에 진보의 깃발이 꼽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관위의 과도한 '진박' 검증 플레이에 대한 경계와 유 의원에 대한 진심이 통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재기에 성공한 유 의원은 끝까지 '소신'을 지켰다는 호평과 함께 전국구 의원으로 급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져 이후 유 의원에 대한 주가는 더 상승했고 그의 '소신 정치인' 이미지는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발판됐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이 펼쳐지면서 유 의원과의 갈등 장면은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의 '소신'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진보세력의 결집을 주도하는 거물 정치인이 됐다.

 

潘 하차로 난감해진 유승민...'후보단일화' 카드 꺼내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그의 영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던 바른정당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그러나 예고 없이 이뤄진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인해 유 의원은 최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현재까지 바른정당에서는 유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야당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비해 현격한 차이로 뒤지고 있어 당내 대선 경선의 흥행을 장담하기는 곤란하다.

계획대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합류해 레이스를 펼쳤다면 이들의 경쟁 구도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사실상 여권에서는 가장 유력했던 반 전 총장과의 양쟈구도가 그려진다면 정치적 이득을 부가적으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이제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경선판을 키우고 있다. 4개 원내 교섭단체 중 덩치가 가장 적은 바른정당의 독자적인 내부 경선은 물리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2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민주당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범보수가 분열되면 안 된다"며 "새누리당 후보든 바른정당 후보든, 후보들께서 동의하시면 단일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논 상태로 대선을 조기에 치러질 걸 대비하는 정치권의 발 빠른 이합집산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편, 유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MBN 의뢰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인 2월 1일(수)부터 3일(금)까지 3일 동안 전국 1,519명(무선 90 : 유선 10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2월 1주차 주간집계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바른정당 지지층과 보수층 다수를 흡수한 유 의원은 2.5%p 오른 4.9%로 지지층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또 2월 2일(목)과 3일(금) 이틀 동안 전국 1,005명(무선 90 : 유선 10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2월 1주차 잠재 정당후보 5자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에서는 바른정당 유 후보가 지난주 조사 대비 1.6%p 오른 6.2%로 4위를 기록했다.

2017년 2월 1주차 정당후보별 적합도 조사는 2월 2일(목)과 3일(금)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20%), 스마트폰앱(20%), 무선(50%)·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및 임의 스마트폰알림 방법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21.9%, 자동응답 6.9%, 스마트폰앱 2.2%, 전체 5.3%(총 통화 19,009명 중 1,005명 응답 완료)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유승민의 '후보단일화'...남경필과 대립戰 시작

한편, 바른정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남 지사는 유 의원의 '후보단일화' 발언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규정, 강력히 비판했다. 내부 경선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첫 번째 전면 대립이라는 관측이다.

남 지사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현 시점에서 보수후보 단일화, 특히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후보 단일화론에 반대한다"며 "원칙없는 단일화는 우리 바른정당의 존립근거를 상실하게 한다"고 유 의원의 입장을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스스로 선거를 지자고 하는 얘기와 같다. 그래서 원칙도 없고 선거 승리도 불가능한 보수후보 단일화론을 거둬 주시길 촉구드린다"며 입장 철회를 요구했지만 유 의원은 "생각의 변화가 없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얼굴이 굳어진 남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해당행위라고 생각하고 참을 수 없다"며 "이 논의가 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른정당의 후보로서 묵과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회의장을 나와 "해당 행위는 한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당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남 지사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남 지사와 논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뇨. 생각에 변화가 없는데 논의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답해 이들의 기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