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순기능 속 역기능 우려해야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국내 출시 2주를 넘긴 포켓몬고가 연일 화제다. 안드로이드 기준 게임 신규 설치수가 670만건을 넘었고 일평균 이용자수 역시 53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증강현실에 기반한 독창적인 게임성과 ‘포켓몬’이란 친숙한 게임 캐릭터 사냥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인 것. 포켓몬고는 사용자의 도보이동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게임앱이 아닌 건강앱이란 호평까지 듣고 있다. 다만 게임 중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일부 유해시설로 사용자를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사용자 주의 및 개발사의 빠른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 다니며 화면에 등장하는 유명 포켓몬을 잡는다

- 포켓스톱에서 무료충전을 하면 별도의 과금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포켓몬고의 게임 방법이다. 단순한 게임방법 때문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출시 직후 나흘 간 이어진 설 연휴도 포켓몬고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시간적 여유를 비교적 많이 가지게 된 이들이 포켓몬고 게임에 빠져든 것이다.

포켓몬고 게임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거리에서는 휴대전화 속 포켓몬을 잡기 위해 화면을 만지작거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으로, 199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만화 속 주인공처럼 포켓몬 트레이너가 돼 각지에 흩어져 있는 포켓몬을 수집하고, 진화·강화를 거친 포켓몬을 통해 체육관 쟁탈전을 벌이는 게임 방식이다. 핵심은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을 통해 등장하는 여러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데 있다.

포켓몬고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발품만 팔면 게임 진행을 위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별다른 과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포켓스톱’으로 지정된 특정 장소에 도착해 화면만 터치하면 여러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

포켓몬고의 또 다른 인기비결은 게임 속 희귀 포켓몬들의 존재다. 쉽게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더 갖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포켓몬들을 잡기 위해 게임 사용자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을 잡기 위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켓몬고가 큰 인기를 끌며 게임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 역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직접 걸어 다녀야 하고 포켓몬을 잡기 위한 몬스터볼을 무료로 얻으려면 지도상에 표시된 ‘포켓스톱’까지 가야 한다. 아이템 중 하나인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도 사용자는 2km~10km 내외를 직접 걸어 다녀야 한다.

또한 포켓스톱으로 지정된 곳 중 상당수는 평소 일반인들이 자주 찾지 않던 문화유적지인 경우가 많다.

포켓몬고가 야외활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걷기운동을 시켜주고 있고, 주요 유적지 및 명승지 탐방 등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게임 사용자 사이에서 포켓몬고 게임은 게임앱이 아닌 ‘다이어트앱’이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관련업계도 ‘포켓코노미’ 효과 ‘톡톡’

포켓몬고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포켓몬고와 이코노미를 합친 ‘포케코노미’란 합성어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스마트폰 터치 장갑 등 원활한 게임 진행을 돕는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태양광으로 충전되거나 손난로 겸용인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등 아이디어 상품들이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주변에 포켓몬이나 포켓스톱이 나타나면 알려주고, 버튼을 눌러 손쉽게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포켓몬고 플러스’와 같은 포켓몬고 전용 앱을 설치 사용하는 사용자들도 늘고 있다.

포켓스톱이 많고 포켓몬 캐릭터가 다수 출몰하는 지역의 경우 이른바 ‘포켓몬 성지’로 불리고 있는데 이들 지역을 찾는 일반인들이 늘자 해당 지역 상가 매출이 오르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커피전문점 커피빈코리아에 따르면 ‘포세권(포켓몬과 역세권을 합친 말)’으로 떠오른 홍대, 보라매공원, 올림픽공원 등에 있는 커피빈 매장의 경우 포켓몬고 출시 이후 매출이 최대 4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포켓몬고 돌풍이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우리보다 먼저 포켓몬고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호주 등에서도 포켓몬고 출시 직후 한국처럼 이용자가 급증했으나, 이후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그 증가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포켓몬고 부작용 속출

#.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송모씨(26)는 얼마 전 길을 걷다 골목길에서 나오는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 팔 타박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그가 사고를 당한 원인은 ‘포켓몬고’ 때문이었다. 다만 송씨가 부주의했던 건 아니었다. 김모씨(34)가 운전 중 게임에 빠져 미쳐 송씨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송씨는 “최근 포켓몬고 열풍이 한창이라지만 운전할 때만큼은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 들어 운전 중 포켓몬고을 하는 게임 사용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찰에 따르면 포켓몬고 국내 출시 후 열흘간 운전 중 포켓몬고를 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적발된 사건은 36건에 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 인근 차량진입 금지 산책로로 차량 3대가 들어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던 운전자들이 포켓몬을 잡겠다며 들어가선 안 될 곳까지 차를 끌도 간 것이다.

일반 사용자 중에서도 화면 속 포켓몬을 잡겠다며 무리를 하다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낙상 등 사고를 당하는 경우 또한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켓스톱으로 지정된 위치가 문제가 되고도 있다. 유락업소 밀집지역 등 청소년 유해시설로 지정된 곳에 포켓스톱이 있다 보니 무심코 이곳을 찾는 게임 이용자들이 적지 않고, 출입이 제한된 곳의 포켓스탑 방문자들도 적지 않은 것.

포켓몬고 열풍 속 각종 불법 행위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게임이다 보니 좌표 조작, 자동사냥 등 검증되지 않은 게임 핵 프로그램이 퍼지고 있고 이 같은 조작프로그램을 통해 포켓몬을 대신 잡아주는 알바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일각에서는 게임 계정 하나가 10여만원에 불법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프로그램 사용은 개인 정보 노출이나 악성 파일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피해 발생 후 구제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사용자가 GPS를 빈번하게 조작한 사실이 발견되면 포켓몬고 계정을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