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잠실주공 5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두 서울시의 ‘35층 룰’보다 높은 층수의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 50층과 49층 건립이 이들의 목표다. 그러나 일반주거 지역에는 최고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다는 서울시 방침이 재차 확인돼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도시미관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다양한 높이의 아파트를 짓도록 유도하지 못한 채 층수 제한에만 집중하는 현행 규제가 오히려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재건축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고 50층을 짓겠다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계획이 예상대로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것을 두고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서울시는 한강변을 비롯한 주거지역의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2014년 5월부터 이행하고 있다. 다만 도심 혹은 광역 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상업 지역, 준주거 지역에서는 주상복합건물을 50층 이상으로 허용한다.

조합은 단지와 인접한 잠실역 사거리 지역이 광역 지역이기 때문에 50층이 가능하다는 반면 서울시는 광역지역이라 하더라도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올리고 층수를 높이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이다. 또한 잠실이 광역 지역이기는 하나 광역 중심에 맞는 기능이 단지에 들어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요소다.

이같은 서울시의 심의에 대해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2013년 공공건축가 참여로 마련한 정비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에 따른 안인데도 시가 보류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당시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잠실역 사거리 주변 또는 남쪽 올림픽로 변은 이웃한 롯데월드타워(123층) 등 지역 특성을 감안해 50층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이를 근거로 잠실역 주변뿐 아니라 한강변 일반주거지에도 50층 높이 아파트를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5층 높이의 성냥갑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는 50층으로 층수를 올려 동 수를 줄이는 게 오히려 도시 경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도 49층 건립 허가를 재차 요구했다. 당초 서울시의 공문이 ‘49층’의 단초가 됐다는 이유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서울시의 공문을 믿고 50층 재건축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35층 이상 재건축이 가능한가”라는 추진위 질의에 대해 서울시가 “차별화된 설계를 하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35층 이상이 가능하다는 직접적인 답변은 없었으나 ‘차별화된 설계’를 35층 이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에 담겨있다는 게 추진위 측 주장이다.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서울시의 불허 방침에도 전문가 100명의 견해를 취합해 '35층 층수 제한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시에 전달할 계획이다. 은마아파트의 이 같은 행보가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최근 들어서는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도 서울시의 35층 제한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 "50층 허용 시 아파트 장벽 병풍 이룰 것"

서울시는 주거지역을 35층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35층도 사업성이 충분한데 도시 미관을 해치면서까지 50층으로 높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초고층 재건축이 확산되면 결국 도시경관을 훼손하는 ‘아파트 장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높이관리기준 및 경관관리방안' 브리핑에서 "서울만이 가진 한강과 주요산, 구릉지와 같은 자연경관 등 핵심 경관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서울 높이관리기준을 업무상업기능이 집중된 중심지는 50층 내외, 주거지역은 35층 수준 이하로 제한한다"고 9일 말했다.

‘차별화된 설계’가 50층 허용을 뜻한다는 은마아파트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전인수격이라고 발끈했다. 공문에서 밝힌 ‘차별화된 설계’를 초고층 재건축으로 해석하는 것은 끼워맞추기 식의 자의석 해석이라는 것. 차별화된 설계가 최고층수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의미가 될수 있겠냐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그동안 성장과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주먹구구식 개발과 고층 건물이 랜드마크라는 인식이 팽배한데다 이를 규제할 법 제도도 미비해 구릉지나 한강변 등 곳곳에 무분별하게 고층건물이 들어섰다"며 "이때문에 서울시내에는 건물 간 부조화와 획일성, 경관훼손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뉴욕과 런던, 파리 등은 오래전부터 중심지와 일반 주거지역의 밀도와 경관을 차등적으로 관리해왔다"며 "이들 도시와 경쟁하는 서울도 도시 정체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의 합리적인 경관관리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35층은 100~120m에 달하는 높이로 남산 소월길(해발 90m)과 낙산(해발 110m)을 넘어선다"며 "이번 정책 이전에 심의결정된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도 잠실파크리오(36층), 청담자이(35층) 등도 이같은 수준"이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왜곡된 주장과 잘못된 인식으로 이같은 기준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개별 단지차원이 아닌 도시차원에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도시를 관리하기 위한만큼 일관성있게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